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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Barcelona Traction 사건 (Belgium v. Spain, 1970. 2. 5. 판결) 본문

23. Barcelona Traction 사건 (Belgium v. Spain, 1970. 2. 5. 판결)

국제분쟁 판례해설/국제사법재판소(ICJ) 판례 2019. 10. 16.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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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개요 및 배경 

 

    이 사건은 스페인에서 사업중인 카나다 회사가 스페인의 국제법 위반 행위로 인해 손실을 입었으며 그로 인해 회사의 주주도 피해를 보았으므로 주주의 피해를 배상하라고 주주의 국적국인 벨기에가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서 회사의 국적국이 아닌 주주의 국적국이 외교적 보호권을 행사하거나 소송 적격이 있는지가 쟁점이 된 사건이다.

 

Barcelona Traction, Light and Power Company(이하 Barcelona Traction 또는 BT)는 1911년 카나다 토론토에서 설립되고 등록된 지주회사로서 스페인 카탈로니아 지방에서 발전 및 송배전 사업을 수행하기 위해 다수의 현지 자회사를 설립, 운영하였다.

 1차 세계 대전 전후 벨기에 회사가 Barcelona Traction의 주식을 다량 매집하여 대주주가 되었다. Barcelona Traction은 사업 자금 조달 등을 위해 스페인 현지화 및 영국 파운드화로 표시된 사채를 발행하였는데 1936년 스페인 내전으로 인해 사채 상환이 중단되었다. 특히 스페인의 외환 통제로 인해 BT의 스페인내 사업 법인이 BT사로 수익을 송금할 수 없었다. 이로 인해 파운드화 표시 사채는 상환이 완전 중단되었고 1945년 Barcelona Traction은 채권자와 협의하여 상환 방식에 대해 합의하였으나 이 역시 스페인 정부의 비협조로 시행하지 못하게 되었다. 이후 BT사의 스페인 주주들이 채무 불상환을 이유로 BT사의 파산 선고를 청구를 하였으며 BT사는 스페인 정부 조치를 시비하는 청원, 소송을 제기하는 등 일련의 법적 분쟁이 스페인에서 진행되었다.

 

1948년 2월 스페인 법원은 BT사의 파산 선고를 내리고 파산 관리인을 지명하였다. 1952년 4월 BT사의 파산 처리를 위한 자산 공매가 실시되어 스페인 기업이 헐값에 인수할 수 있게 되었다. 벨기에는 자국민에게 BT를 헐값에 인수하게 하려는 스페인 정부의 불순한 동기에서 BT가 파산 선고되었다고 의심하였고 BT의 헐값 매각으로 인해 BT 주식의 85%를 보유하고 있는 벨기에 주주가 심각한 손실을 보았으며 이를 보상하라고 스페인 정부에게 요구하였다.

 

요구 사항이 수용되지 않자 벨기에는 1958년 9월 15일 ICJ에 스페인을 제소하였다. BT 및 주주단과 채권자 간의 직접 협상이 개시되어 벨기에는 1961년 3월 심리 절차 중단을 청구하였다. 그러나 당사자간 직접 협상이 결렬되자 벨기에는 1962년 6월 19일 이 사건을 다시 ICJ에 제소하였다. 벨기에의 재판 청구 근거는 양국간 분쟁 발생시 PCIJ 등 국제 재판소를 활용한다는 벨기에-스페인간의 화해, 사법 해결 및 중재 조약(이하 1927년 조약) 17(4)조였다.

 

스페인은 벨기에의 1961년 3월 심리 중단 청구가 이 사건을 다시는 ICJ에 회부하지 않겠다는 양국의 양해 하에 이루어 졌고 1927년 조약 17조는 회부하기로 되었던 PCIJ가 해산되었으므로 효력이 없다는 이유로 ICJ는 이 사건에 대해 관할권이 없다고 주장하였다. 아울러 BT사는 카나다 회사이고 벨기에는 주주의 국적국일 뿐이므로 주주의 국적국이 회사의 손실에 대해 소송을 청구할 수 있는 자격이 없으므로 ICJ는 이 사건을 수리해서는 안된다는 선결적 항변을 제기하였다.

재판부는 벨기에의 선결적 항변을 수리하여 관할권 존부 심리한 결과, 심리 중단 청구와 PCIJ 해산을 근거로 한 관할권 부재 주장은 기각하였으며 벨기에의 당사자 적격 시비에 대해서는 사안의 성격상 본안 심리에서 판단할 문제라고 보고 본안 심리를 진행하였다.

 

 

나. 주요 쟁점 및 판결

 

1) 심리 절차 중단 청구로 인한 관할권 부재

 

    벨기에는 원래 1958년 9월 15일 최초로 이 사건 재판을 청구하였나 벨기에 피해자와 Barcelona Traction사 사이에 직접 협상이 진행되자 1961년 3월 23일 재판 청구를 철회하였다. ICJ는 규정에 따라 1961년 4월 10일 절차 중단 명령을 내리고 사건 목록에서 이 사건을 삭제하였다. 당사자간 협상이 결렬되자 벨기에는 이 사건을 재차 ICJ에 제소하였다. 이에 대해 스페인은 심리 절차 중단 청구는 달리 적시되어 있지 않는 한 재청구 권리를 영구히 포기하는 것으로 이해되어야 할 뿐아니라 벨기에의 절차 중단 청구 후 행위에 비추어 스페인은 벨기에가 재청구하지 않으리라고 합리적으로 신뢰하였다고 주장하고 벨기에가 동일 사건 심리를 재청구한 것은 무효이므로 ICJ는 관할권이 없다고 주장하였다.

 

재판부는 스페인의 주장을 수용하지 않았다. 심리 절차 중단 청구는 스페인도 인정하는 바와 같이 절차적이고 가치 중립적인 조치로서 재청구 권리를 포기한다는 명시적 입장이 적시되어 있지 않는 한 당해 절차를 중단하는 효과만 있다고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각 사건의 상황과 내용에 따라 해당 분쟁이 완전히 종결 처리되어 심리 절차 중단 통지가 있을 수 있음은 인정하였으나 이는 개개 사건별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으며 일반화할 수 없다고 보았다.

 

ICJ 재판 절차 규칙상 심리 절차 중단 통지는 68조와 69조 2 종류가 있다. 68조는 당사국들이 합의하여 통지하는 것이고 69조는 청구국에 의한 일방적인 통지이다. 이 사건의 경우는 69조에 의해 벨기에가 일방적으로 통지하고 스페인이 동의한 사례이다. 재판부는 ICJ 재판 규칙상의 심리 절차 중단은 위와 같이 중단하는 방법(how)에 관한 것이지 중단하는 이유(why)에 대해서는 규정하고 있지 않으며 분쟁 당사자가 심리 절차를 중단하는데에는 당사자간 영구 합의 도출, 재판 청구상의 흠결 발견 등 다양한 원인이 있을 수 있으므로 중단 청구의 진정한 성격을 밝히기 위해서는 각 사건별로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보았다. 재판부는 심리 중단 청구와 관련한 재판부의 권한은 이를 접수하고 사건 목록에서 삭제하는 것일 뿐 중단의 이유나 동기에 대해 심리할 권한이 없다고 확인하였다. 재판부는 향후 해당 사건을 재청구할 수 있다는 의사가 명기되지 않았다면 심리 절차 중단 청구는 해당 사건 재청구 권리를 포기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스페인의 주장은 본질적으로 절차적인 조치이고 가치 중립적인 절차 중단 청구 제도의 본질과 부합되지 않는다고 설시하였다. 오히려 스페인의 주장과 반대로 재청구하지 않겠다는 의사가 명기되지 않았다면 절차 중단 통지는 향후 추가적인 절차 진행을 방해하지 않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언급하였다. 이 사건 경우 벨기에의 통지는 절차 중단 사유나 향후 재청구 여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은 반면 중단을 요청하는 해당 절차는 1958년 9월 15일 청구한 재판 절차임을 명시하고 있다고 재판부는 환기하고 액면 기재 사항 이상의 의도를 포함하고 있는지는 스페인이 입증해야 할 사항이라고 밝혔다.

 

이를 입증하기 위해 스페인이 제시한 주장은 사건 영구 종결에 대해 당사국간 양해가 있었다는 것이었다. 스페인은 벨기에의 재판 청구가 있은 후 벨기에 피해 당사자들은 BT 관계자에게 당사자간 협상 재개를 제의하였으나 BT측은 ICJ 재판 청구의 완전한 철회를 조건으로 제기하였고 벨기에측이 제시한 잠정 중단안도 거부하면서 재판 절차의 확실한 중단을 요구하였다고 설명하였다. 스페인은 벨기에의 심리 절차 중단 통지는 이 같은 사정 하에 이루어진 것이므로 스페인은 벨기에의 중단 통지를 이 사건 관련 재판을 영구히 포기하는 것으로 이해했다고 항변하였다. 재판부는 설사 민간인 당사자들이 민간 협상 재개 전 ICJ 재판 영구 포기라는 의사가 있었다고 가정한다 하여도 민간 당사자들이 정부를 대표하거나 정부를 구속하는 결정을 할 수 있다는 아무 증거가 제시되지 못한 점을 지적하였다. 재판부는 구두 변론 과정에서도 스페인은 이 점에 대해 명백히 설명하지 못했다고 지적하면서 이러한 상황에서 재판부는 정부나 정부의 권한있는 기관, 대리인의 행위나 태도를 근거로 심리해야 한다는 원칙에서 이탈할 수 없으며 정부 차원에서는 스페인이 주장하는 양해의 존재를 확인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관할권 판결문 21~22 page).

 

스페인은 벨기에의 절차 중단 통지가 향후 재청구권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당해 절차만 중단하는 것이었다는 것을 스페인이 알았다면 동의하지 않았을 것이나 벨기에가 호도하여 이에 동의하였고 그 결과 스페인이 피해를 보았다고 항변하였다. 스페인은 벨기에가 스페인을 오인하게 하였으므로 그 대가로 절차 중단 청구의 효과가 향후 재청구도 하지 못한다는 것으로 해석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하였다. 재판부는 스페인이 주장하는 벨기에의 호도 행위가 벨기에 정부의 행위인지 민간인 피해자의 행위인지 분명하지 않으며 후자의 경우라 하더라도 벨기에 정부가 어느 범위까지 공모하였고 책임이 있다는 것인지 불명확하다고 일축하였다. 재판부는 아울러 벨기에의 호도 행위 자체가 스페인에 의해 충분히 입증되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스페인의 주장을 수용하지 않았다(22~26 page).

 

2) 벨기에-스페인 조약 17(4)조에 의한 관할권 존부

 

    벨기에는 1927년 조약 17(4)조 및 ICJ 헌장 37조를 근거로 이 사건을 ICJ에 제소하였다. 양국간 체결된 1927년 조약 17(4)조는 분쟁 발생시 일방은 PCIJ에 직접 제소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ICJ 헌장 37조는 발효중인 조약이나 협정이 국제연맹이나 PCIJ에 분쟁을 회부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면 이를 ICJ에 회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었다. 스페인은 1927년 조약이 발효중인 점은 인정하였으나 1946년 4월 18일 국제연맹과 함께 PCIJ도 해산되었으므로 17(4)조는 적용할 수 없다고 반박하였다. 또한 ICJ 헌장 37조는 국제연맹(및 상설국제사법재판소)가 해산되기 전에 가입이 확정된 국제연합 원 회원국에게 적용할 수 있는 것이며 이미 국제연맹이 해산된 후인 1955년 12월에 UN에 가입한 스페인에게는 적용할 수 없다고 주장하였다.

 

재판부는 ICJ 헌장이 기안되었던 1945년 4월에서 6월 당시 새로운 국제 재판소가 신설이 되고 상설국제사법재판소가 해산될 것은 확실하였으나 그 시기가 언제가 될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었고 당시에 상설국제사법재판소를 분쟁해결기관으로 지정한 다수의 양자, 다자 조약이 있는 상태였다고 환기하고 ICJ 헌장 37조는 신설되는 국제 재판소가 PCIJ를 자동적으로 대체하도록 하여 PCIJ의 해산으로 인해 다수의 사법 조항이 작동하지 못하게 되는 상황을 회피하고자 포함된 것이라고 설명하였다. 37조의 기안 의도는 ICJ 헌장 가입국간에 기존의 PCIJ 관할권을 자동적으로 ICJ 관할권으로 전환하는 새로운 제도를 수립하는 것이었다고 부연하였다(31~32 page).

 

재판부는 ICJ 헌장 37조는 ICJ에 회부할 수 있는 분쟁의 종류를 정의한 것이며 이는 곧 조약이나 협정이 발효 중일 것, 분쟁의 대상을 PCIJ에 회부토록 되어 있고 ICJ헌장 가입국간의 분쟁일 것을 조건으로 하고 있지만 특정한 시점에 PCIJ가 존속해 있어야 한다는 점은 기재되어 있지 않다고 해석하였으며 '발효 중(in force)'이라는 의미는 비단 특정 조약이나 협정 전체만이 아니라 조약이나 협정의 사법 조항에도 독립적으로 관련되는 것이라고 이해하였다. 이는 PCIJ에 분쟁을 회부한다는 조항은 설사 해당 조약이나 협정이 발효 중이라 하더라도 PCIJ가 해산되었으므로 효력이 없다는 주장을 재판부는 수용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재판부는 37조의 목적은 기존의 PCIJ 관할권을 보존하려는 것이라고 이해하였다. 국제연합 헌장이 성안된 1945년 4월~6월 당시 헌장 발효에 필요한 각국의 비준 절차, 시기, 발효에 필요한 비준국 수 확보 시기 등이 불명한 상황에서 PCIJ의 해산으로 인해 분쟁을 PCIJ에 회부하기로 한 조약이나 협정상의 PCIJ 관할권이 소멸되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기존의 관할권을 일단 보존 조치하려는 것이 37조의 주목적이라는 것이다.

 

재판부는 아울러 PCIJ에 '회부한다(provides for)'는 PCIJ가 이미 존재하고 있지 않으므로 실제로 PCIJ에 회부된다는 의미가 아니라 일종의 관형구로 해석하여 PCIJ로 회부키로 되어 있는 분쟁의 종류를 의미한다고 이해하였다. 37조가 PCIJ의 관할권을 ICJ로 이전하는 것으로 해석하면 관할권을 이전할 당시 이전의 주체인 PCIJ가 존속해 있어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 재판부는 37조가 실제로 관할권을 이전시키는 방식으로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관할권을 행사할 수 있는 분쟁의 종류를 서술하는 것으로 이해하였다. 즉 분쟁을 PCIJ에 회부하도록 규정되어 있는 발효 중인 조약이나 협정상의 분쟁도 ICJ가 관할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을 ICJ 헌장 부속서에 해당 조약이나 헌장을 길게 나열하는 대신에 이들 조약이나 헌장에 공통적으로 기재되어 있는 내용을 기재한 것이라고 보았다(33 page).

 

스페인은 설사 재판부의 위와 같은 해석이 옳다 하더라도 이는 UN 원 회원국 간에 적용되는 것이며 스페인처럼 상당 기간이 경과한 후에 UN 가입국이 된 국가에 대해서는 적용할 수 없다고 주장하였다. UN에 가입하기 전까지 타 회원국이 원용할 수 없었던 작동 불능 조항이 상당 기간이 지난 후에 (UN 가입과 함께) 돌연 작동한다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고 강제 관할권 수용은 그에 대한 명시적인 동의가 있어야 하는데 이러한 동의를 표시하지 않은 국가에 대해 과거의 조항을 통해 강제 관할권 수용 동의가 있었다고 의제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입장을 개진하였다. 재판부는 스페인이 지적하는 상황은 UN 가입이라는 스페인 자신의 행위에서 나온 결과라고 지적하고 17조에 의한 강제 관할권과 관련된 권리와 의무가 소멸되었던 것이 아니라 잠시 중단(in abeyance) 되었다가 재가동(reactivated)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설명하였다. ICJ 헌장 37조에 의한 강제 관할권의 재가동은 강제 관할권 수용 동의의 일종이며 UN 가입과 함께 당연히(ipso facto) 부여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언급하였다. 재판부는 UN에 가입하는 국가는 가입 시기와 상관 없이 ICJ 헌장 37조에 의해 PCIJ의 관할권을 규정한 조항이 재가동될 것을 미리 알았거나 알았어야 한다고 지적하였다(36 page).

 

재판부는 37조는 present parties to the Statute가 아니라 parties to the present Statute라고 적시하고 있으므로 PCIJ 조항의 재가동은 가입 시기와 무관하게 모든 가입국에게 적용되는 것이라면서 기간 경과 후에 가입한 국가에 적용할 수 없다는 스페인의 주장도 수용하지 않았다(34 page).

재판부는 1927년 조약 17(4)조 외에 2조와 17(1)조 역시 협상에 의해 해결하지 못한 양국간 분쟁은 중재나 PCIJ에 회부한다고 규정하고 있음을 환기하고 1927년 조약의 전체적인 분쟁 해결 조항의 목적은 사법 절차를 통한 분쟁 해결을 의무화하려는 것이지 특정 재판소를 통한 해결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하였다. 사법 절차를 통한 분쟁 해결을 의무화하기 위해 특정 재판소를 거명할 수는 있으나 이는 수단으로서 제시된 것이지 그 재판소의 활용 자체가 목적이라고 볼 수 없으며 PCIJ가 해산되었으므로 PCIJ가 언급된 사법 조항이 실효화되었다는 스페인의 주장은 목적과 수단을 혼동한 것이라고 보았다. 해당 조항의 기본적인 목적은 사법 절차를 통한 분쟁 해결 의무를 창출하는 것이지 특정 재판소를 지정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1927년 조약의 PCIJ는 이제 ICJ로 이해해야 한다고 판단하였다(38~39 page).

 

스페인은 1927년 조약 17(4)조에 의한 ICJ 관할권이 인정된다고 해도 스페인이 UN에 가입한 1955년 이후 발생 사건에만 적용되는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하였으나 역시 기각되었다. 재판부는 1927년 조약은 효력이 중단된 적 없이 계속 발효 중이었으며 PCIJ 해산 이후 스페인의 UN 가입 시기까지 잠시 가동할 수 없는 상태에 있다가 스페인의 UN 가입과 동시에 재가동된 것으로서 새로운 권리 의무가 창출되었거나 새로운 조약이 발효된 것이 아니라 PCIJ를 ICJ로 대체하는 개정이 이루어진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며 17(4)조에는 시간적 관할권에 대한 언급이 없으므로 1955년 이후 사건은 적용 가능하고 이전 사건은 적용하지 못한다고 해석할 소지가 없다고 설시하였다.

 

3) 벨기에의 당사자 적격 여부

 

    스페인의 관할권 항변 중의 하나는 벨기에 정부는 BT 사의 벨기에人 주주의 손실에 대해 소송을 제기할 당사자 적격(jus standi)이 없다는 것이었다. 스페인은 국제법상 정부의 행위로 인해 피해를 본 외국 기업에 대해서는 해당 기업의 정부가 외교적 보호권을 행사할 수 있을 뿐 해당 기업 주주의 국적국 정부에 의한 보호권 행사는 인정되지 않는다고 주장하였다. 이 사건의 경우 피해를 보았다는 Barcelona Traction은 카나다 기업이므로 벨기에는 소송을 제기할 자격이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이 문제는 주주 국적국 정부의 보호권 행사 가능 여부, 가능시 그 정도 및 상황 등에 관해서 실질적인 법적인 검토를 필요로 하므로 관할권 존부 판단을 위한 예비 단계에서 검토할 수 있는 성격이 아니며 사건의 실체와 각종 관련된 사안 등을 종합하여 본안 단계에서 심리해야 한다고 보고 정확한 판단을 유보하였다.

 

4) 벨기에의 외교적 보호권 행사 가능 여부

 

    본안 심리에서 재판부는 벨기에의 핵심 주장은 스페인 정부가 BT사에 대해 행한 국제법 위반 행위로 인해 초래된 벨기에인 주주의 손실을 스페인이 보상하라는 것이라고 이해하였다. 이는 스페인에 설립된 독립된 법인격을 가진 회사의 벨기에 국적 주주에 대해 회사의 국적국인 카나다가 아니라 벨기에가 외교적 보호권을 행사하려는 것이고 국제법 위반이라고 주장되는 스페인의 행위는 주주를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라 회사에 대한 조치라는 점도 확인하였다. 재판부는 스페인과 벨기에간에는 자국민의 피해를 정부의 피해로 의제하는 별도의 조약이나 약정이 없다는 점을 확인하고 이 사건의 핵심은 결국 국제법상의 외교적 보호권 법리상 제 3국 기업의 주주인 자국민의 권리가 침해된 것이 곧 주주 국적국(즉 벨기에)의 권리가 침해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라고 정리하였다(본안 판결문 para 32~36).

 

재판부는 국내법 측면에서 회사와 주주와의 관계를 우선 살펴 보았다. 재판부는 국내외 경제 발전에 따라 국내법이 회사에 부여하는 법인격의 정도와 범위는 넓어져 왔으며 주주는 회사와 동일시 할 수 없다고 보았고 일례로 양자의 재산권이 구분된다는 점을 들었다. 회사는 회사 경영진을 통해 회사의 명의로 회사와 관련된 문제를 처리하며 이를 통해 주주의 이익에 봉사하는 것이지 주주가 자신의 이름으로 회사를 대리하여 직접 법적인 행동을 할 수는 없다고 설명하였다. 주주는 주주의 권리를 행사하여 경영진 교체 등의 방식으로 회사를 통제할 수 있을 뿐이며 통상적인 상업상의 위험이나 회사에 대한 부당한 대우로 인해 초래되는 위험(배당금 축소, 자본 잠식 등)을 부담한다고 부연하였다. 즉 회사의 손실이 궁극적으로는 주주의 피해를 초래할 수 있으나 회사와 주주가 모두 손실을 보았다는 사실 자체가 회사와 주주 모두에게 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하였다. 이해의 침해가 곧 권리의 침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회사에 대한 행위로 인해 주주의 이익이 침해되었을 경우 정당한 대응책은 이를 제기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 회사를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이해하였다. 재판부는 손실은 다양한 경우와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으나 손실 발생 사실 자체만으로 보상의 의무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며 권리를 침해한 경우에 책임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전제하고 회사의 권리를 침해한 행위는 비록 회사와 주주 모두에게 손실을 끼쳤다 하더라도 주주에 대한 책임을 발생시키지는 않는다고 논시하였다. 주주는 배당권, 총회 참석 및 투표권, 해산시 잔존 자산 분배권 등 법으로 부여된 권리가 침해되었을 경우 독립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권리가 있겠으나 주주 권리에 대한 직접 침해 행위와 회사의 상황의 결과로서 주주가 직면하게 된 주주의 손실은 구별되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para. 43~47).

 

국제법 측면에서 벨기에는 회사 본국의 외교적 보호권과 경합된다하여 주주 국적국의 외교적 보호권을 부인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으며 국제법상 자국민이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를 겨냥하여 취해진 불법 행위에 대해 주주 국적국의 정부가 (주주의) 보상을 목적으로 외교적 보호권을 행사하지 못한다는 원칙은 없다고 주장하였다. 재판부는 반대로 명시적으로 그러한 권리를 부여한 국제법 원칙도 확인되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이러한 법의 부재(silence)가 주주에 유리한 해석을 용인한다고도 볼 근거가 없다고 판단하였다(para. 51~52).

 

5) 예외적 상황에서의 외교적 보호권 행사 가능 여부

 

    재판부는 BT사가 존재하지 않게 되었거나 국적국인 카나다가 BT를 대신하여 행동할 수 없는 등의 특수한 사정이 있어서 벨기에의 외교적 보호권 행사를 예외적으로 인정해야 하는 상황은 아닌지 살펴 보았다. BT가 스페인 내 자산을 망실하였고 법정 관리를 받고 있었으므로 경제적으로는 사실상 마비된 상태라는 점을 재판부는 인정하였으나 법인격은 온존되고 있었고 자신의 명의로 법률 행위를 할 수 있는 자격을 잃지는 않았으므로 법적인 존재성은 부인할 수 없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심리에서 중요한 것은 BT의 법적인 지위이지 경제적 상태는 아니며 회사가 법적으로 소멸되어 회사를 통해 구제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박탈되는 경우에만 주주가 직접 자구 행위를 하거나 주주의 국적국이 개입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BT는 이러한 상황은 아니라고 확인하였다(para. 65~68).

 

재판부는 회사 국적국인 카나다는 스페인 정부에 항의 공한을 발송하는 등 수차례에 걸쳐 외교적 보호권을 행사한 사실도 자료로 입증된다고 판단하였다. 카나다는 그러나 BT와 스페인 간의 문제는 본질적으로 상무적인 것으로서 당사자간의 해결이 바람직하다는 판단 아래 더 이상의 보호권 행사를 스스로 자제하였다. 재판부는 카나다는 여전히 BT사에 대한 외교적 보호권 행사 권한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방해할 법적인 장애가 없는 상태에서 스스로의 결정으로 더 이상의 보호권 행사를 하지 않은 것이므로 벨기에가 주주를 위해 직접 보호권을 행사할 수 있는 예외적인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하였다(para. 73~83).

 

벨기에는 국내법, 국제법을 떠나 국가간의 관계 측면에서 국가는 타 국가에 대해 시비를 제기할 수 있고 시비 내용이 국민을 대신한 것이든 국가 자체를 대표한 것이든 모두 국가가 타국에 대해 제기하는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국가는 타국의 국제적인 의무 위반 행위로 인해 자신의 권리가 침해되면 해당 국가에 대해 시비를 제기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해외에 투자한 자국민이 손실을 입었을 경우 해당 투자는 자국 경제 자원의 일부를 구성하므로 자국민의 손실은 곧 자국의 경제적 이해와 직접적으로 연계된다는 주장이다. 재판부는 이러한 문제는 외교적 보호권에 속하지 않는 별개의 문제라고 보았다. 자국내에 외국인 투자를 유치한 국가는 일정한 투자 보호 의무를 지지만 투자자 역시 상당 수준의 위험성을 부담하는 것이 해외 투자의 속성이며 해외 투자자가 투자 유치국으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경우라 하여도 투자 유치국에 대해 시비를 제기할 수 있는 것은 투자자의 국적국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국제법 원칙이라고 지적하고 벨기에의 주장을 수용하지 않았다(para. 86~88).

 

재판부는 특정 회사의 국적국이 해당 회사에 부당한 대우를 할 경우 회사의 외국인 주주의 국적국이 외교적 보호권을 행사할 수 있는 상황이 있을 수 있음은 인정하였다. 그러나 이 사건 경우 BT가 스페인 회사가 아니므로 해당 사항이 없다고 일축하였다. 재판부는 회사의 국적국이 외교적 보호권을 행사한다는 일반적인 원칙을 적용할 수 없는 상황이라 하더라도 외교적 보호권은 합리적으로 행사되어야 할 것이므로 주주의 국적국이 행사하기는 어렵다고 보았다. 주주의 주식 보유 규모에 따라 외교적 보호권 행사를 통제할 수 없으므로 1개 주식을 소유한 주주의 국적국도 외교적 보호권을 행사하려 할 경우 이를 제재할 근거가 없어 주주 국적국간 외교적 보호권의 경합이 발생할 것이고 주주가 이중국적자라면 상황은 더욱 복잡하여 질 것이며 자유 거래가 가능한 주식의 속성상 주주의 잦은 변경으로 인한 혼란도 우려된다고 보았다. 재판부는 이 사건의 경우 예외적인 상황을 우려할 필요도 없는 것이 BT가 카나다 회사인 것은 분명하고 카나다가 희망할 경우 외교적 보호권을 행사할 수 있는 상태라고 지적하였다(para. 92~100).

 

재판부는 이상의 심리를 토대로 벨기에는 이 사건 소송을 제기할 당사자 적격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

 

(작성자 김승호 대사)

 


1) Article 88(1978년 개정으로 현재는 88조)

1. If at any time before the final judgment on the merits has been delivered the parties, either jointly or separately, notify the Court in writing that they have agreed to discontinue the proceedings, the Court shall make an order recording the discontinuance and directing that the case be removed from the list.

2. If the parties have agreed to discontinue the proceedings in consequence of having reached a settlement of the dispute and if they so desire, the Court may record this fact in the order for the removal of the case from the list, or indicate in, or annex to, the order, the terms of the settlement.

3. If the Court is not sitting, any order under this Article may be made by the President.

 

2) Article 89(1978년 개정으로 현재는 89조)

1. If in the course of proceedings instituted by means of an application, the applicant informs the Court in writing that it is not going on with the proceedings, and if, at the date on which this communication is received by the Registry, the respondent has not yet taken any step in the proceedings, the Court shall make an order officially recording the discontinuance of the proceedings and directing the removal of the case from the list. A copy of this order shall be sent by the Registrar to the respondent.

2. If, at the time when the notice of discontinuance is received, the respondent has already taken some step in the proceedings, the Court shall fix a time-limit within which the respondent may state whether it opposes the discontinuance of the proceedings. If no objection is made to the discontinuance before the expiration of the time-limit, acquiescence will be presumed and the Court shall make an order officially recording the discontinuance of the proceedings and directing the removal of the case from the list. If objection is made, the proceedings shall continue.

3. If the Court is not sitting, its powers under this Article may be exercised by the President.

 

3) 4. ....either Party may, on the expiry of one month's notice, bring the question direct before the PCIJ by means of an application.

 

4) 37. Whenever a treaty or convention in force provides for reference of a matter to a tribunal to have been instituted by the League of Nations, or to the PCIJ, the matter shall, as between the parties to the present Statute, be referred to the ICJ.

 

5) 2. All disputes ….between Contracting Parties ….. which it may not have been possible to settle amicably … shall be submitted for decision to an arbitral tribunal or to the PCIJ.

 

6) 1. In the event of no amicable agreement being reached before the Permanent Conciliation Commission, the dispute shall be submitted either to an Arbitral Tribunal or to the PCIJ, as provided in Article 2 of the present Trea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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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글은 산업통상자원부 김승호 신통상질서전략실장이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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