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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oldzielnia Pracy "Muszynianka" v. Slovakia (PCA Case No. 2017-08) 본문

Spoldzielnia Pracy "Muszynianka" v. Slovakia (PCA Case No. 2017-08)

투자분쟁 판례해설 2022. 9. 14. 16:41

Muszynianka v. Slovakia_판례평석.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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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건 정보

가. 기본 정보

청구인 Spoldzielnia Pracy “Muszynianka” (폴란드 국적)
피청구국 슬로바키아
근거 투자협정 폴란드-슬로바키아 BIT (1994)
적용 중재규칙 1976 UNCITRAL 중재규칙
중재지 제네바 (스위스)
소가 PLN 575,603,000
주요 절차 (2016. 08. 18.) 중재신청서 접수
(2017. 02. 17.) 중재판정부 구성 완료
(2020. 10. 07.) 최종 판정 선고

나. 중재판정부 정보

청구인 지명 Robert G. Volterra (男 / 캐나다)
처음에 청구인 측은 불가리아 국적의 Stanimir Alexandrov 중재인을 지명하였다. 그러나 Alexandrov 중재인에 대해 이해충돌을 이유로 피청구국이 제척 신청을 하자, Alexandrov 중재인이 스스로 사임하였다. 그에 따라 청구인은 다시 Volterra 중재인을지명하였다.

Volterra 중재인은 Volterra Fietta라는 국제공법 전문 부티크 로펌의 대표변호사로, 국제사법재판소, 국제해양재판소, 투자중재 등 국제공법을 준거법으로 하는 송무사건 들에서 대리인으로 경험이 많은 변호사이다. 현재까지 총 9건의 투자중재 사건에서 중재인을 담당하였는데, 그 중 8건이 청구인 측 지명이고 1건이 피청구국 지명으로, ‘청구인 측 중재인’으로 활동한 사례가 더 많은 중재인이다.
피청구국 지명 J. Christopher Thomas (男 / 캐나다)
Thomas 중재인은 국제투자중재와 국제통상 전문 변호사/중재인이며, GATT, WTO, NAFTA 통상분쟁 사건들에서 대리인이나 패널리스트로 다수 활동한 경력이 있다.

투자중재 사건에서는 총 53건의 중재인 경력이 있으며, 이는 전체 투자중재 사건 수 6위에 해당하는 숫자이다. 그 중 한 건을 제외하고는 모두 피청구국 측 선정 중재인인만큼, ‘피청구국 측 중재인’으로 수요가 많은 중재인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Thomas 중재인은 Elliott v. Korea 사건에서 대한민국 측 중재인으로 선정되어 활동하고 있다.
의장중재인 Gabrielle Kaufmann-Kohler 교수 (女 / 스위스)
Kaufmann-Kohler 교수는 국제중재 부티크 로펌인 Levy – Kaufmann-Kohler의 창립 파트너이자, 제네바대학 석좌교수이다. Kaufmann-Kohler 교수는 상사중재계에서도 명망 높은 중재인이지만, 투자중재에서도 총 64건의 위촉으로 전체 선정 수 3위에 올라있다. 투자중재에서는 담당 사건의 70% 이상이 의장중재인으로 선정된 경우였던 만큼, 주로 ‘의장중재인’으로 활동해온 중재인에 해당한다.

* 2022. 7. 현재 기준


다. 사건 결과

결과 슬로바키아의 사실상 승소 (일부 청구에 대해 슬로바키아의 공정공평대우의무 위반을 확인하였으나, 손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손해배상 無)
   - 단, Volterra 중재인의 경우 추가로 슬로바키아의 헌법 개정 자체가 공정공평대우의무 위반임을 추가로 확인하는 취지의 반대의견 작성
소송 비용 각자 부담


2. 사건 개요

본 사건은 폴란드 접경의 슬로바키아 북부 지방에 있는 광천수(mineral water)의 수원을 지하 송수관을 통해 폴란드 내에 있는 광천수 병입 공장에 연결하는 개발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수자원의 보호를 위한 식수 수출금지를 골자로 하는 슬로바키아의 헌법개정 및 관련 행정조치들이 문제된 사건이다.


가. 당사자 및 관련인

 

청구인은 폴란드 국적의 법인인 Spoldzielnia Pracy (이하 “청구인”)이다. 청구인은 ‘Muszynianka’와 ‘Muszynianka Plus’라는 광천수 브랜드로도 알려져 있는데, 위 광천수들은 폴란드 내에서뿐만 아니라 유럽 내에서도 유통되며, 북미 시장 등 국제적으로도 유통되는 브랜드들이다. 


폴란드의 다른 광천수 판매업자인 Goldfruct는 슬로바키아 내 광천수 생산을 위해 GFT Slovakia라는 슬로바키아 현지법인(이하 “현지법인”)을 설립하여 주식을 소유하는 방식으로 지배하고 있었다. GFT Slovakia는 추후 청구인이 주식을 전부 매입하는 방식으로 인수하게 된다.


나. 배경사실

청구인은 광천수의 추가 생산을 위한 신규 수원(水原)을 찾던 중 폴란드 접경의 슬로바키아 북부에 있는 프레쇼우 지방의 Legnava라는 마을 인근에서 품질좋은 수원들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 수원들은 모두 슬로바키아의 보건부 산하 국가광천위원회(State Spa Commission)에서 식수로 활용 가능한 광천수로 인정받았다. 다만, 수원이 발견된 Legnava 마을은 낙후되고 지리적으로 고립된 곳으로, 지반이 연약하여 산사태와 홍수가 종종 발생할 뿐만 아니라, 도로 개발도 되어 있지 않은 관계로 도로 사정도 열악한 곳이었다. 


현지법인은 처음에는 수원의 일부 취수공 인근에 병입공장을 세워서 생수를 현지 생산하는 방법을 고려하였다. 그러나, 도로 사정이 열악한 관계로 근처 지반의 안정화 공사와 새로운 도로의 설치 없이는 생수를 운송할 대형 트럭들이 안정적으로 드나들 수 없는 상황이었다. 프레쇼우 지방정부의 재정난으로 인해 지반 안정화 공사는 일부 이루어졌으나, 도로 건설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현지 법인은 대안으로서 폴란드에 보다 가까운 다른 취수공 인근 부지에 병입공장을 세우는 방안을 검토하였으나, 이 공장이 정상적으로 가동되기 위해서는 Legnava 마을과 폴란드를 잇는 새로운 다리의 건설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이 다리의 건설에 대한 계획은 세워진 바 있으나, 역시 재정적 이유 등 다양한 이유로 끝내 건설되지 못하였다.


최종적으로 현지법인은 수원과 인접한 폴란드 쪽에 병입공장을 짓고, 수원과 병입공장을 지하 송수관으로 잇는 방식을 고려하였다. 현지법인은 2010년에 국가광천위원회 감독관으로부터 위 송수관 연결 방식을 통한 수원 개발에 대해 ‘계획에 대해 이의가 없으나, EU법상 각 취수공에서 추출한 물을 섞는 것이 허용되지 않으므로, 수원의 개발권을 지닌 회사가 병입도 함께 진행해야 할 것’이라는 의견을 받았다. 다만, 비슷한 시기에 현지법인은 폴란드 국립보건원으로부터 ‘여러 개의 취수공에서 추출된 물은 동일성분을 지니고 있으므로, 이를 섞는다고 하더라도 문제되지 않는다’는 확인을 받기도 했다.


1) 관련 인허가 취득 절차


현지법인은 2011년 12월에 위 수원들을 개발하기 위해 슬로바키아 광천수법에 따른 수원개발허가 신청을 국가광천위원회에 제출하였고, 지하 송수관 연결 방식으로 수원과 폴란드 내의 병입공장을 연결시킨 후 광천수를 병입하여 “Skarb Muszyny”라는 제품명으로 판매하겠다는 계획을 첨부하였다. 그러나 국가광천위원회는 인허가 신청서가 법령상 요건을 모두 갖추지 않아 추완이 필요하고, 폴란드에 있는 병입공장으로 광천수를 운송할 지하 송수관에 대한 인허가도 먼저 해결되어야 한다며 인허가 절차를 정지하였다. 현지법인은 2012년 8월 법정기한 내에 관련 요건을 추완한 신청서를 다시 제출하였는데, 국가광천위원회는 법령상 요건은 모두 갖추어졌으나, 지하 송수관 건설과 관련된 선결 쟁점이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며 인허가 절차의 정지 상태를 유지하였다.

한편, 지하 송수관은 슬로바키아-폴란드 국경에 있는 강을 지나야 하므로, 이후 현지법인은 수질관리를 위한 정수공장과 지하 송수관을 설치하기 위한 공유수 면점용허가를 2011년 12월 신청하였으나, 병입공장 자체는 폴란드 영토에 지어질 것이기 때문에 허가 신청에 병입공장에 관한 내용은 추가되지 않았다. 슬로바키아 당국은 위 신청이 법령에 부합한다며 2012년 7월에 공유수면점용을 허가하였다.


현지법인은 정수시설과 지하 송수관 건설을 위해 건축허가도 받아야 했다. 슬로바키아 당국은 폴란드 영토에 지어질 설비들에 대한 관련 인허가는 폴란드에서 적법하게 얻는 것을 전제로 하여 2014년 5월에 건축허가를 내어주었다. 이과정에서 국가광천위원회도 건축허가 발급에 동의 의견을 제시하였으나, 이것이 수원개발허가 신청 절차의 정지사유인 관련 선결 쟁점에 대한 해결은 아니라는 유보적 의견을 제시하였다.


건축허가를 발급받은 현지법인은 2014. 6월, 이를 첨부하여 다시 추완된 수원개발허가 신청서를 제출하였다. 국가광천위원회가 신청서를 여전히 처리하지 않자, 현지법인은 2014년 10월 슬로바키아 대법원에 ① 국가광천위원회가 슬로바키아 행정법상 인허가의 처리기한을 위반하였음을 확인하고, ② 대법원의 확인결정일로부터 1개월 이내에 수원개발허가 신청에 대한 결정을 내리라는 취지로 소송을 제기하였다. 이후 2014년 12월 국가광천위원회는 아래 항목에서 세부사항을 설명할 슬로바키아의 헌법 개정으로 인해 국경간 병입되지 않은 물의 송수가 불가능함을 통보하며, 현지법인에게 기존 수원개발허가의 개발계획을 변경할 것인지 여부를 문의하였다. 현지법인은 기존 개발계획을 유지할 것임을 통보하였고, 이에 따라 국가광천위원회는 2015년 1월 현지법인의 수원개발허가신청을 공식적으로 거부하였으며, 신청에 대한 국가광천위원회 최종 결정이 나온 관계로 현지법인은 대법원에 제기한 소송을 취하하였다.


2) 헌법 개정 과정


2012년 3월 슬로바키아 총선에서 사회민주당은 국회의 과반 이상을 차지하게 되었는데, 사회민주당이 공포하였던 주요 공약 및 정권 획득 후 정책목표 중 하나가 식수와 같은 수자원의 합리적 활용과 보호였다. 이후 슬로바키아 환경부는 2012년 10월에 식수를 국가의 전략적 원자재로 인식하고 미래 세대를 위한 예방적인 수자원 보호를 골자로 하는 입법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정책 보고서를 공식 발간하였다. 슬로바키아 정부의 내각은 해당 보고서를 채택하고, 그 내용을 그대로 인정하는 내각 결의 제583호를 발령하였다. 내각 결의 제583호는 나아가 수자원을 국가 전략 원자재임을 명기하도록 하는 방향으로 슬로바키아 수자원 관리법을 개정하도록 환경부에 지침을 내리고, 개별적인 신청과 허가를 통해서만 국경간 수자원의 이동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정부차원에서 논의하도록 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었다.

현지법인이 건축허가를 발급받았으나, 아직 추완된 최종 수원개발허가 신청서를 제출하기 전인 2014년 7월, 내각 결의 제583호의 내용을 반영한 수자원법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 회부되어 청문 및 심사절차를 거쳤다. 이 과정에서 슬로바키아 국무총리와 환경부 장관은 수자원법 개정안에 포함된 일부 사항은 헌법개정의 방식으로 추진할 예정임을 발표하였다. 그 후 2014년 8월, 내각은 상업용 포장을 마친 생수, 긴급사태 및 인도적 지원용도를 제외한 물의 대량 국외반출을 금지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슬로바키아 헌법 제4조에 대한 개정안을 국회에 상정하였는데, 입법취지로는 ‘기후변화에 대한 선제적 대응, 환경 변화에 민감한 수자원의 특성 등을 고려하여 귀중하고 대체불가능한 전략적 원자재인 수자원을 보호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하였다.


해당 헌법 개정안은 국회의 압도적 지지를 받고 2014년 10월에 통과되었으며, 2014년 12월에는 기존 수자원법 개정안 중 헌법 제4조 개정을 통해 다루어지지 않는 부분을 반영한 수자원법 개정안이 통과되었다.


3) 헌법 개정 후


현지법인은 2015년 2월 국가광천위원회에 수원개발허가 신청 거부처분에 대한 이의를 제기하였으나, 국가광천위원회는 같은 달 이를 기각하고 보건부로 이첩하였다. 보건부 또한 현지법인의 이의제기를 기각하였다. 현지법인은 이후 2015년 11월에 위 이의제기 기각 결정들에 대한 취소청구소송을 대법원에 제기하였고, 대법원은 이를 다시 관할법원인 지방법원들로 이첩하였으나, 관할 지방법원도 2018년 2월 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을 내렸다. 현지법인은 최종적으로 대법원에 지방법원의 판결에 대한 파기 신청을 제기하였으나, 2020년 최종 기각 당했다. 


3. 주요 쟁점

가. 기존 중재판정례들의 의의 (판정문 paras. 166-167, 반대의견 paras. 1-15)

 

다수의견(Thomas 중재인과 Kaufmann-Kohler 의장중재인)은 당사자들이 인용한 여러 기존 중재판정례의 의미에 관해, 기존 투자중재 판정부들이 일관되게 적용한 법원칙들이 존재하는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당해 사건에 적용되는 투자협정의 문언과 기타 국제법의 원칙에 비추어 이를 존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수의견은 이것이 “법적 확실성과 법의 지배를 제고하기 위한 것(a view to promoting legal certainty and the rule of law)”이라는 이유를 제시하였다. 


이에 대해 Volterra 중재인은 반대의견을 제시하였다. 반대의견은 국제공법상 선례구속의 원칙(stare decisis)이 존재하지 않고, 국제투자법 또는 국제투자중재라는 독립적인 국제법체계가 존재하지 않으며, 오로지 일반 국제공법만이 존재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를 바탕으로 투자중재의 판정부는 다른 투자분쟁 중재판정부의 선례를 존중하거나 국제투자법이라는 체계의 법적 확실성을 추구할 것이 아니라, 국제공법상 국가책임법에 부합하는 결정을 내려야 할 뿐이라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나. EU 회원국들 간에 체결된 투자협정을 바탕으로 한 분쟁의 관할권 존부

 

1) 당사자들의 주장 (판정문 paras. 171-208)

 

슬로바키아는 2004년에 EU 회원국이 되었는데, EU 가입과 함께 그 이전에 체결하였던 1994년 폴란드-슬로바키아 BIT(이하 “BIT”)가 적용되지 않게 되었다고 주장하였다. 


보다 구체적으로, 슬로바키아는 다음과 같은 주장을 하였다: (1) EU 조약들과 BIT는 모두 EU 회원국들 간과 그 국민들 간의 분쟁해결 방식에 대해 규율하고 있으므로 동일한 대상을 규율하는 조약에 해당함; (2) 그러나 국제중재의 방식으로 EU 회원국과 그 국민들 간의 투자분쟁 해결을 규정한 BIT는 EU 회원국간의 분쟁해결 권한을 오로지 EU의 사법기관들에게 위임한 EU 조약들의 취지와 합치하지 않으므로 신법 해석 우선의 원칙이 적용되어야 함; (3) 이와 관련하여 본건 중재판정부에는 국제법의 일부를 구성하며 슬로바키아와 폴란드의 국내법의 일부를 규성하는 EU법이 준거법으로 적용됨; (4) 같은 맥락에서 EU 회원국 간의 투자협정의 무효성을 확인한 유럽연합사법재판소(CJEU)의 Achmea 사건의 판결문도 중재판정부를 기속함; (5) 폴란드와 슬로바키아는 모두 BIT가 EU법과 합치하지 않으며 Achmea 판결의 내용을 지지한다는 취지의 선언을 2019년과 2020년에 한 바 있는데, 이는 조약법에 관한 비엔나협약(이하 “비엔나협약”) 제31조 제3항에 규정된 조약에 관한 후속실행과 합의(subsequent practice and agreements)에 해당하므로 BIT의 해석이 반영되어야 함; (6) 폴란드와 슬로바키아는 BIT를 종료하기로 2020년에 합의한 바 있음.


이에 관해 청구인은 다음과 같이 반박하였다: (1) 슬로바키아의 주장과 상관 없이, BIT는 청구인이 슬로바키아에 투자하고 슬로바키아가 문제된 조치를 실행했을 때는 물론, 청구인이 중재를 제기한 시점에도 유효하게 발효되어 있는 상태였음; (2) EU 조약들은 BIT와 달리 외국인 투자자에 대한 실체적 보장을 규정하고 있지 않으므로, 같은 대상을 규율하는 조약들에 해당하지 않으며, 당연히서로 불합치 되는 면도 없음; (3) CJEU의 Achmea 판결은 2018년 3월에 선고된 것으로, 2016년 8월에 이미 개시된 본 중재판정부의 관할권에 영향을 미칠 수없고, BIT의 해석이나 적용에 관해 다루고 있지도 않으며, 본건 중재판정부가EU 사법체계의 일부도 아니므로 이에 기속 될 필요가 없음; (4) BIT가 종료되려면 비엔나협약에 따른 조약법상 유효한 조약의 종료행위가 있어야 하는데, 슬로바키아가 원용하는 선언들은 법적 구속력이 없는 선언에 불과하고, BIT 종료합의는 향후 BIT를 종료할 예정이라는 의사를 표시했을 뿐 그 자체로 조약법상 조약의 종료행위에 해당하지 않음.


EU의 유렵위원회(EU Commission)은 제3자 의견서(amicus curiae brief)를 제출하여 슬로바키아의 관할항변에 동의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2) 중재판정부의 판단 (판정문 paras. 209-265)


중재판정부는 먼저 본건 중재판정부가 BIT를 바탕으로 설립된 독립된 판정부이고, CJEU는 EU 조약들의 해석과 적용을 담당하는 기관이며 BIT의 해석과 적용이나 비엔나협약에 규정된 조약법의 원칙에 대해 판단할 수 있는 종국적인 권한을 가진 곳이 아님을 밝혔다. 이에 따라 중재판정부는 Achmea 판결을 포함한 CJEU의 판결에 기속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명확히 하였다.


나아가 중재판정부는 2019년과 2020년의 폴란드·슬로바키아 양국의 선언이 BIT의 해석에 관한 비엔나협약상 유효한 후속 합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2020년의 종료합의 또한 미래에 BIT를 종료하겠다는 의사를 상호확인한 것에 불과하고, 심지어 아직 발효된 상태도 아니므로 그 자체로 조약법상 BIT를 종료시키는 효과도 없다고 보았다.


또한, 중재판정부는 EU 조약들과 BIT가 실체법적으로 동일한 대상을 규율하는 것이 아니고, 서로 상충되는 내용도 없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따라 중재판정부는 EU법에 근거한 관할 항변을 기각하였다.


다. 보호대상 투자의 존재 (물적 관할)

 

1) 당사자들의 주장 (판정문 paras. 266-284)

 

청구인은 비록 본 사건이 UNCITRAL 중재규칙에 의한 것이나, ICSID 협약에의한 사건과 동일하게 투자의 존부를 판단함에 있어 투자자가 투자유치국에서한 관련 행위 일체를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와 관련하여 청구인은 광천수 수원 개발을 위한 탐사행위, 개발노력, 개발행위에 소요된 비용, 노하우 일체가 자신의 투자에 해당하며, 이것은 낙후된 Legnava 지역의 경제 발전에 크게 기여할 수 있는 것이었다고 주장하였다. 청구인에 따르면 현지법인은 단지 투자를 위한 가교에 불과하였고, 청구인은 단순히 현지법인의 주식을 보유하는 것 이상으로 개발 투자자로서 Legnava 지역에 큰 존재감을 지니고 있었다는 취지이다. 


슬로바키아는 청구인의 주장과 달리 ‘투자자가 투자유치국에서 한 관련 행위일체를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ICSID 협약에 따른 사건에서만 적용되는 법리이고, UNCITRAL 중재규칙을 따르는 본건에서는 적용될 수 없다고 주장하였다. 이와는 별론으로, 슬로바키아는 청구인이 슬로바키아 내에서 진행한 유의미한 행위는 광천수의 대량 추출행위 밖에 없으므로, ‘투자’의 요건인 자본의 투입(contribution)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하였다. 또한 청구인의 현지법인의 사업은 오로지 광천수의 수급에 의존하고 있었을 따름이므로, 역시 ‘투자’의 요건 중 하나인 위험의 부담(assumption of risk)도 충분히 존재하지 않았고, 개발활동으로 인한 금전적 이익도 현지법인이 아닌 폴란드에 있는 청구인의 본사로 종국적으로 귀속될 것이므로 슬로바키아의 경제발전에 대한 기여도 없다고 주장하였다.


2) 중재판정부의 판단 (판정문 paras. 285-295)

 

중재판정부는 먼저 당사자들의 주장을 분석해보았을 때, ‘투자’의 요건으로 금전 등 자본의 투입, 충분한 기간 동안의 투자 지속, 위험 부담의 요소가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의견이 일치함을 확인하였다. 그러나 당사자들은 ‘투자유치국 경제발전에 대한 기여’라는 요소가 필요한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존재한다고 보았다. 중재판정부는 투자유치국 경제발전에 대한 기여는 투자의 결과일뿐, 투자의 요소에 해당하지는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중재판정부는 기본적으로 BIT 제1조 제2항에서 투자의 예시로 주식을 명시하고 있고,1) 청구인이 적지 않은 비용을 들여 현지법인의 주식을 취득한 사실을 바탕으로, 청구인이 상당한 자본의 투입을 통해 투자에 해당하는 자산을 소유한 것이라고 보았다. 또한 청구인이 해당 주식을 충분히 장기간 보유하였고, 장기간 보유할 의도를 가지고 있었으며, 주식은 가격 등락의 위험이 상존하는 자산으로 위험의 부담도 존재한다고 보았다. 특히 중재판정부는 현지법인의 주식가격은 수원개발허가의 취득 여부에 따라 큰 폭의 변동이 가능하다는 점에 주목하며, BIT상 보호대상 투자가 존재한다고 판시하였다.


라. 투자의 합법성 (물적관할)

 

1) 당사자들의 주장 (판정문 paras. 296-298)

 

슬로바키아는 청구인의 투자가 BIT 제1조 제2항 본문에서 규정하고 있는 투자의 합법성 요건에 어긋난다고 주장하였다. 구체적으로는 청구인의 수원개발계획은 슬로바키아의 Legnava 지방에 있는 여러 수원의 취수공들에서 추출한 광천수를 폴란드로 송수하여 섞거나, 이를 폴란드에서 추출한 물과 섞어서 청구인의 브랜드인 ‘Muszynianka’ 광천수 브랜드로 판매하려는 것이었는데, 이러한 계획이 광천수에 관한 EU법, 슬로바키아법 및 폴란드 법에 위반된다는 것이다.


이에 청구인은 애초에 EU법과 폴란드법 등은 투자의 합법성에 대한 판단에 고려될 수 없다고 주장하였다. 그리고 설령 세가지 법이 모두 적용된다고 하더라도, 어떠한 위법도 없었다는 입장이었다. 청구인은 특히 본건 중재절차가 개시되기 전에는 슬로바키아 당국이 청구인의 인허가 취득 과정 전반에 걸쳐 단 한 번도 위법성에 관한 주장을 한 바가 없음을 강조하였다.
 
2) 중재판정부의 판단 (판정문 paras. 299-305)


중재판정부는 BIT 제1조 제2항의 문언이 투자가 합법적으로 ‘이루어졌을 것(made)’이라고 과거형으로 규정되어 있는 점과 기존 투자중재 판정례들을 바탕으로, 투자의 합법성 요건은 투자가 처음 이루어질 당시에만 갖춰지면 족한 것임을 확인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중재판정부는 기록상 청구인이 현지법인의 주식을 취득할 때에 어떤 위법행위가 있었다는 증거도 없을뿐더러, 슬로바키아가 애초에 그러한 주장도 하지 않았다며 투자의 합법성 요건이 충족되었다고 판시하였다.


마. 본안: 합법적 기대의 침해 관련 (청구인의 수원개발계획의 합법성)

 

1) 당사자들의 주장 (판정문 paras. 317-357, 426-456)

 

BIT 제3조 제2항에서는 공정공평대우의무를 규정하고 있다.각2) 청구인의 공정공평대우의무 관련 주장에는 슬로바키아가 공정공평대우의무의 일부를 구성하는 합법적 기대에 대한 보호의무(protection of legitimate interests)를 침해하였다는 주장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에 슬로바키아는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청구인의 수원개발계획이 애초에 위법한 것이었기 때문에 합법적 기대가 발생할 수 없다고 주장하였다: (1) 청구인은 현지법인을 통해 슬로바키아에서 추출한 광천수를 청구인 소유의 병입공장에서 자신의 브랜드인 ‘Muszynianka’ 광천수 브랜드로 판매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으나, 법령상 광천수의 추출자 외에는 광천수를 병입하여 판매되는 것이 금지되어 있음; (2) EU법상 생수는 수원지에서 병입해야 하는 것이고, 병입되지 않은 물을 국경간 이동시키는 것 또한 금지되어 있음; (3) 청구인은 Legnava 지역의 수원들의 각 취수공에서 추출한 광천수를 서로 섞거나, 혹은 폴란드의 수원에서 추출한 광천수와 섞어서 병입할 계획을 가지고 있었는데, EU법과 슬로바키아, 폴란드법상 생수는 같은 지리적·수력학적 기원을 지니고 있으면서 화학적 성분이 동일하지 않은 이상 섞는 것이 금지되어 있음; (4) 슬로바키아의 Legnava 지방에서 추출된 광천수를 폴란드의 Muszyna 지방의 광천수를 떠오르게 하는 ‘Muszynianka’ 광천수 브랜드로 판매하는 것은 원산지 표기를 위반한 것으로 EU법과 슬로바키아법, 폴란드법을 위반하는 것임.


슬로바키아는 이와 별개로, 슬로바키아가 자국 수자원에 대한 보호주의적인 입장을 취하게 된 것은 여당의 정책보고서나 국내법령 개정을 위한 청문과정, 헌법개정 추진 과정에서 공공연하게 알려진 사항이었기 때문에 합법적 기대의 발생은 물론 그에 대한 침해도 상정하기 어렵다는 주장을 하였다.  

이에 대해 청구인들은 다음과 같이 반박하였다: (1) 청구인들은 아직 수원개발허가가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추출한 광천수의 병입 위치에 대해 구체적인 결정을 한 바가 없고, 사업 추진 과정에서 위법행위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합법적인 대안을 찾아냈다면 당연히 합법적인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했을 것임; (2) EU법상 광천수에 대해 수원지에서만 병입을 해야 한다는 요건은 없으며, 추출된 정수처리 이전의 순정 광천수는 EU법상 내재적인 상업적 가치를 지닌 상품으로, EU내 자유로운 국경간 이동을 보장받음; (3) EU법은 추출한 물을 혼합하는 것에 대해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으며, Legnava 지방 수원들의 각 취수공에서 나온 물들은 동일한 지질학적 기원을 가지고 있으며 화학적 성분도 동일하여 섞는 것이 법령상 전혀 문제되지 않음; (4) 추출한 광천수의 혼합과 병입판매를 위한 브랜딩 문제는 구체적인 사항이 아직 정해지지 않았으나, 당연히 사업 추진 과정에서 합법적인 방향으로 추진했을 것임.청구인은 이를 바탕으로 슬로바키아가 인허가 취득 과정에서 현지법인의 사업계획에 대해 이의사항이나 문제가 없음을 확인하거나, 일부 인허가를 승인하는 등 현지법인의 수원개발허가 취득에 대한 구체적인 보장을 한 바가 있다고 주장하며, 이를 근거로 합법적 기대가 발생했다는 입장을 취하였다. 청구인은 슬로바키아 정부가 기존에는 전혀 문제삼지 않던 국경간 수자원의 이동에 대한 입장을 헌법개정 과정에서 급격하게 전환하게 된 것과, 헌법개정으로 인해 최종적으로 현지법인의 수원개발허가 신청을 거부한 것은 합법적 기대에 대한 침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하였다.


2) 중재판정부의 판단 (판정문 paras. 358-425, 457-512)


중재판정부는 먼저 슬로바키아법상 수원개발허가를 받은 자가 광천수의 병입까지 모든 생산공정을 직접 진행해야 함을 확인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중재판정부는 현지법인이 Legnava의 수원에서 광천수를 추출하여 이를 지하 송수관을 통해 폴란드에 있는 청구인 소유의 병입공장으로 송수한다고 하더라도, 생수업계에서 흔히 사용하는 방식과 같이 현지법인이 청구인 소유의 병입공장의 생산라인을 리스하여 활용하는 방식으로 슬로바키아법상의 위 규정에 부합하게 모든 생산공정을 진행할 수 있는 방안이 충분히 존재했다고 보았다.


중재판정부는 또한 EU법을 살펴본 결과, 수원지에서 병입해야 한다는 요건은 오로지 일반샘물에만 존재하는 것이고, 본건에서 문제되는 광천수에는 그러한 요건이 없음을 확인하였다. 또한 중재판정부는 헌법개정이 있기 전에도 EU법이 슬로바키아에 적용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헌법개정 전의 인허가 취득 과정에서 슬로바키아 국가광천위원회 등 당국이 현지법인의 사업계획(지하 송수관을 통한 광천수 송수 후 폴란드 영토 내에서 병입 진행)에 어떤 위법성이 존재한다고 판단한 바가 전혀 없음에 주목하였다.


브랜딩 문제와 관련하여, 중재판정부는 기록상 존재하는 증거에 의하면 청구인은 기존 브랜드 가치를 고려하여 Legnava 수원에서 추출한 광천수도 마찬가지로 청구인의 주력상품인 ‘Muszynianka’와 ‘Muszynianka Plus’ 혹은 기존 브랜드를 활용한 새로운 이름인 ‘Muszynianka-Legnava’라는 이름으로 판매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하였다. 다만, 중재판정부는 슬로바키아법상 문제의 수원개발허가를 받기 위한 요건 중에 브랜딩 등 상표법이나 원산지표기에 관한 요건이 존재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여, 브랜딩 문제는 애초에 쟁점이 아니라고 보았다. 또한 원산지표기 요건과 관련해서는 ‘Muszynianka-Legnava’라는 이름은 어차피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었다고 판단하였다.


추출한 광천수의 혼합과 관련하여, 중재판정부는 전문가증거를 살펴본 결과, Legnava 지역에서 활용될 예정인 수원 및 취수공들은 모두 동일한 지질학적 기원을 지니고 있고, 화학적 구성 등이 동일하다고 판단하였다. 중재판정부는, 만일 Legnava 지역의 광천수와 폴란드 Muszyna 지방의 광천수를 섞어서 판매하였다면 이는 EU법과 폴란드법의 위반이었을 것이나, 중재판정부는 청구인이 Legnava 지역의 광천수끼리만 섞는 선택지를 가지고 있었으므로, 사업진행 과정에서 법적 문제를 발견하였다면 당연히 합법적인 선택을 하였을 것이라고 보았다. 


그러나, 중재판정부는 최종적으로 슬로바키아가 청구인의 합법적 기대를 침해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국제투자법상 투자의 개시 시점에 국가의 개별적·구체적인 보장이 있지 않는 한, 투자가 이루어진 시점 이후로 국내 법체계의 변동이 없을 것이라는 합법적 기대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다. 중재판정부도 청구인이 투자의 개시 시점(현지법인의 주식취득을 진행하던 시기)에 슬로바키아 당국이 청구인이나 현지법인에 대하여 수원개발허가의 취득이나 수자원 관련 규제체계가 변동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 대한 개별적·구체적인 보장을 한 바가 없었다고 판단하였다.


바. 본안: 공정공평대우의무 위반 여부 (헌법 개정 관련)

 

1) 당사자들의 주장 (판정문 paras. 426-456)

 

슬로바키아는 먼저 BIT 제3조 제2항에 존재하는 공정공평대우의무 조항은 국제관습법상 최소기준대우(Minimum Standard of Treatment)의 의무만을 규정한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청구인은 반대로 동조항에는 국제관습법상 최소기준대우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는 만큼, BIT는 최소기준대우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보호를 제공하는 소위 ‘독자적(autonomous)’ 공정공평대우의무를 규정하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청구인은 이어서 슬로바키아의 헌법개정은 현지법인을 통한 청구인의 사업을 부당하게 차별하는 자의적이고 비합리적인 행위로서 공정공평대우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하였으며, 슬로바키아는 이에 대해 반대하였다.


2) 중재판정부의 판단 (판정문 paras. 513-589, 반대의견 paras. 25-93)

 

중재판정부는 먼저 BIT 제3조 제2항에 규정된 공정공평대우의무는 최소기준대우가 아닌 ‘독자적’ 공정공평대우의무를 규정한 것임을 확인하였으며, 이러한 공정공평대우의무의 위반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문제된 국가 행위가 (1) 차별적이고; (2) 자의적이거나 비합리적이며; (3) 비례의 원칙에 어긋나거나 일관성이 없는 등의 문제가 있어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다수의견은 이를 전제로 하여, 개정 헌법은 식수, 온천, 광천수 등 물의 종류를 따지지 않고 모든 수자원에 적용되는 것이고, 국적에 따른 수자원의 차별적 대우가 규정된 것도 아니므로 법적인(de jure) 차별이 없다고 보았다. 


마찬가지로 ‘동종 상황(like circumstances)’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대우를 받는 경우 인정되는 사실상의(de facto) 차별도 본건에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이는 중재판정부가 기본적으로 차별적 대우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비교군을 현지법인이 추진 중이던 수원개발 프로젝트와 다른 식수 생산업자로 설정했기 때문이었다. 이에 따르면, 개정헌법은 광천수를 포함한 모든 식수 생산업자들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이었기 때문에 사실상의 차별도 인정될 수 없었다.


나아가 중재판정부는, 헌법개정이 환경보전과 기후변화에 대한 대비한 식수 확보와 수자원의 일반 보호를 목적으로 이루어진 것인 만큼, 특별히 슬로바키아가 전체 수자원의 극히 일부만을 구성하는 광천수만을 생산하고자 하는 청구인을 표적으로 삼아 추진한 것이라고 볼만한 증거도 없었다고 판단하였다. 특히, 같은 시기에 헝가리로 슬로바키아의 수자원을 송수하여 상업적으로 판매하려고 하던 헝가리 사업자가 있었다는 점도 고려되었다.

 

또한, 다수의견은 헌법개정이 비합리적이거나 자의적인 행위라고도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다수의견은 국가 행위의 합리성은 그 행위가 적법한 공공목적을 추구하는 이성적인 국가정책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고 보았다. 다수의견에 따르면, 국가 정책이 적법한 공공목적을 추구하는 것인지에 대해서 투자중재 판정부들은 국가의 재량을 존중해야 하므로(“[i]nvestment treaty arbitration tribunals owe deference to States in determining what serves as a legitimate public purpose”), 국가의 행위는 합법적인 공익을 추구한다는 추정을 받는다. 이에 따라 다수의견은 환경보전, 공중보건, 수자원의 예방적 보호 등을 목적으로 하는 슬로바키아의 헌법개정은 적법한 공공목적을 추구하는 것으로 보았고, 헌법개정 과정에서 달리 개정 취지가 슬로바키아 내 일자리의 생성, 부의 창출 또는 세수 확보 등을 중점으로 두었다는 증거는 없었다고 판단하였다. 마찬가
지로 다수의견은 헌법개정의 방식으로 이러한 공공목적을 추구한 것도 국가 재량의 행사로 존중 받아야 한다고 보았으며(“arbitral tribunals must pay deference to the choices States make when deciding how to implement policy objectives”), 광천수와 같은 식수의 수출입 통제에 대한 슬로바키아법의 입법공백에 대응하고, 수자원 의 유출을 방지하기 위한 적절한 방식이었다고 판단하였다.

 

또한 다수의견은 비례성 심사를 하며, 국가가 정책을 실행함에 있어 합리적이면서 덜 침해적인 방법이 존재하였는지 여부에 관한 입증책임은 청구인 측에 있으나, 청구인이 이러한 입증책임을 다하지 못하였다고 보았다. 다수의견은, 덜 침해적인 대안의 존재를 모색하는 것은 정책판단의 영역으로 국가 재량이 존중되어야 하는 영역이므로, 중재판정부가 이를 적극적으로 심사하는 것은 중재판정부라는 기관의 한계를 벗어난 것이라고 지적하였다. 또한 헌법개정을 통해 추구하고자 하는 공익이 청구인의 사적 이익에 비해 결코 적다고 볼 수도 없다고 판단하였다.


마지막으로 국가 행위의 일관성 요건과 관련하여, 다수의견은 EU법상 수자원의 상업적 취급 제한은 EU 회원국들의 재량에 위임되어 있으므로, 그 범위 내에서 슬로바키아가 자유롭게 수자원의 수출입 제한을 부과하는 것은 일관성에 어긋나는 것도 아니라고 보았다.

 

따라서 다수의견은 슬로바키아의 헌법개정 자체는 공정공평대우의무의 위반으로 볼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이에 대해 Volterra 중재인은 반대의견을 개진하며, 슬로바키아의 헌법개정 자체가 공정공평대우의무 위반을 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대의견에 의하면, 단지 대외적으로 공표된 헌법의 개정취지에서 환경보전이나 공중보건, 기후변화시대를 대비한 예방적인 수자원 보호와 같은 개정이유를 들었다는 이유만으로 중재판정부가 이를 그대로 수용하여 공정공평대우의무에 대해 완화된 심사를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또한 다수의견이 인용하지 않았으나 기록상 존재하는 증거에 의하면, 슬로바키아 국무총리와 환경부 장관의 대외적인 발언 등을 통해 헌법개정의 주요 이유로 슬로바키아 내 일자리 창출, 부의 창출 및 세입증가라는 이유가 포함되어 있었고, 청구인이 광천수를 폴란드로 송수하여 판매함으로써 일자리 창출이나 세입증가 효과를 폴란드에서만 발생시키게 될 것이라는 점에 대한 구체적인 문제의식이 드러나 있었다.


반대의견은 이러한 사실관계와 더불어 슬로바키아 내에서 이미 병입된 식수에 대해서는 개정 헌법상 수자원의 국외수출에 대한 예외가 인정되었다는 점에 주목하였다. 슬로바키아 내에서 병입된 식수의 수출이 허용될 경우, 결국 병입이라는 일자리 및 세입창출 행위가 슬로바키아 내에서 이루어진다는 것 외에 국외로 유출되는 수자원의 총량은 헌법 개정전후가 동일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반대의견은 본건 헌법개정이 실질적으로 청구인을 표적으로 한 부당하고 차별적인 입법행위이며, 추구하는 정책 목적 또한 적법한 공공목적이 아니었다는 이유로 공정공평대우의무 위반에 해당한다고 결론지었다.


사. 본안: 공정공평대우의무 위반 여부 (인허가 처리 관련 행정처분)

 

1) 당사자들의 주장 (판정문 paras. 590-591)

 

청구인은 헌법개정 자체가 공정공평대우의무 위반을 구성하는지 여부와 별론으로, 슬로바키아 당국의 인허가 처리 관련 행정처분들이 독립적인 공정공평대우의무 위반을 구성한다고 주장하였다. 구체적으로, 청구인은 (1) 슬로바키아 당국이 행정절차법상 인허가 신청 심사절차 개시에 대한 적법한 통지를 하지 않은 점; (2) 당국의 인허가 신청에 대한 최종 결정 전 관련 증거에 대한 의견개진권을 보장하지 않은 점; (3) 부당하게 수원개발허가 및 건축허가 절차의 진행을 정지하여 헌법개정이 이루어진 후까지 지연시킨 점; (4) 헌법 개정이 이루어진 후까지 인허가 처리 절차를 지연시키기 위해 행정절차법상 인허가 신청의 처리기한을 위반한 점 등이 공정공평대우의무 위반을 구성한다고 주장하였다.

 

2) 중재판정부의 판단 (판정문 paras. 592-621)


중재판정부는 먼저 국가가 자국법을 위반한 것이 자의적이거나 악의적인 경우에는 공정공평대우의무를 위반할 수 있음을 확인하였다.


중재판정부는 슬로바키아 행정절차법상 인허가 신청 심사절차는 신청인의 신청서 접수와 함께 개시되는 것으로 간주되는 것이 명확하므로, 당국이 별도의 심사절차 개시의 통지를 하지 않은 것이 공정공평대우의무 위반이 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의견개진권의 보장과 관련하여, 중재판정부는 실제로 슬로바키아 당국이 수원개발허가 신청을 헌법개정을 이유로 최종 거부하기에 앞서 현지법인에게 개정헌법과 상충되는 개발계획 부분(지하 송수관을 통해 광천수를 폴란드로 반출하는 것)을 그대로 유지할 것인지 아니면 수정할 것인지에 대한 의견을 물어보았고, 청구인이 스스로의 선택에 따라 기존 개발계획을 유지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가 있으므로 공정공평대우의무 위반이 없다고 보았다.


수원개발허가 및 건축허가 절차의 진행 정지와 관련하여, 중재판정부는 수원개발허가 발부의 선결 쟁점에 해당하는 광천수 국외 반출의 적법성 문제가 실제로 슬로바키아법상 선례가 존재하지 않는 복잡한 법적정책적 문제를 동반하여 면밀한 검토를 요구했다는 점, 본건 중재절차가 개시되기에 앞서 현지법인은 단 한번도 인허가 절차의 정지를 문제 삼은 바 없다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공정공평대우의무 위반이 없다고 보았다.


그러나 중재판정부는 슬로바키아 당국이 행정절차법상 인허가 신청의 처리기한을 위반한 점은 공정공평대우의무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시하였다. 중재판정부는 본건이 슬로바키아법상 입법공백의 영역에 걸쳐 있던 수자원의 국외반출에 관한 것이었으므로, 슬로바키아 당국 입장에서도 처리가 매우 어려운 문제였다는 점에는 공감하였다. 그러나 증거에 의하면 주무부처인 국가광천위원회는 인허가 신청의 처리과정에서 사실상 관련 내부검토 절차를 전혀 진행하지 않았고, 법정 처리 기한이 마감되어감에도 불구하고 행정절차법에 따라 감독기관인 보건부에 기한연장 신청을 하지도 않았으며, 심지어 처리의 지연이 헌법개정 절차가 완료될 때까지 심사를 중지하라는 보건부의 명시적인 명령으로 인한 것이었다는 사실을 은폐하고 현지법인에 전혀 통지하지 않은 정황이 드러났다. 중재판정부는 이러한 의도적인 법령위반과 투명성의 부재는 자의적이고 악의적인 행위로서 공정공평대우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판단하였다. 

 

다만, 중재판정부는 위 공정공평대우의무 위반에 관한 손해배상은 인정하지 않았다. 중재판정부가 보기에 설령 슬로바키아 당국이 인허가 신청 처리 기한에 관한 행정절차법상 규정을 준수하였다고 하더라도 최초 처리 기한이 만료되었을 때 국가광천위원회가 감독기관인 보건부에 적법한 기한 연장 신청을 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고, 기한 연장이 되었을 경우 연장된 기한이 헌법 개정 절차가 완료된 이후에야 종료되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중재판정부는 또한 국가광천위원회가 기한 연장 신청을 하지 않아 현지법인이 헌법 개정 전에 수원개발허가를 취득하였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Legnava 지방의 수원에서 광천수 추출작업을 하기에 앞서 추가로 정수처리시설과 관련된 인허가를 받았어야 했는데, 이 절차가 헌법 개정 전에 완료되는 것은 시간상 불가능했다고 보았다. 결국, 수원개발허가의 취득과 이를 활용한 개발사업 진행에 대한 구체적인 합법적 기대나 권리가 없는 청구인에게는 공정공평대우의무 위반으로 인한 손해의 발생이 존재할 수 없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아. 불법 수용 여부

 

1) 당사자들의 주장 (판정문 paras. 622-636)

 

청구인은 Legnava 지역의 낙후된 도로사정과 인프라, 홍수 위험 등으로 인해 오로지 지하 송수관을 통해 폴란드에 있는 병입공장으로 광천수를 송수하는 방안 외에는 해당 수원들을 상업적으로 활용하여 수익을 낼 수 있는 방안이 없었다고 주장하였다. 청구인은 이러한 배경을 고려하였을 때, 슬로바키아의 헌법개정 및 수원개발허가 신청 거부처분은 청구인이 투자한 Legnava 수원의 개발의 상업적 의미와 수익창출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박탈한 것으로 청구인의 투자를 간접적으로 수용한 것과 다름이 없으며, 이에 대한 적절한 보상도 존재하지않았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대해 슬로바키아는 헌법 개정과 수원개발허가 신청 거부처분은 청구인의 현지법인 주식 소유권은 물론 현지법인이 보유한 각종 자산의 소유권에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않았고, 청구인이 슬로바키아법상 수원개발허가를 취득할 당연한 법적 권리가 보장되어 있는 것도 아니라고 주장하였다. 또한 슬로바키아는 지하 송수관 연결 방식 외에도 청구인이 선택할 수 있는 다른 합리적인 사업계획도 존재하고, 홍수 위험 등은 청구인의 과장에 불과하다고 반박하였다.


2) 중재판정부의 판단 (판정문 paras. 637-641)

중재판정부는 청구인이 보유한 투자는 현지법인 주식이며, 그 주식의 가치가 현지법인이 보유한 각종 현지 자산과 수원들의 개발가능성을 반영하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중재판정부는 헌법 개정안의 통과로 인해 청구인은 개정 헌법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수원개발을 진행할 수밖에 없고, 결국 수익률이 상당 부분 감소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나, 이것이 수용에 준할 정도로 청구인의 투자 가치를 중대하고 영구적으로 박탈한 것이 아니라고 보았다. 중재판정부는 또한 투자 자산의 보유 사실이 반드시 그러한 자산을 가장 경제적으로 이익이 되는 특정한 방식으로 향유할 권리를 보장하는 것도 아니라고 판시하였다.


자. 기타 (판정문 paras. 642-651)

 

1) 방해금지의무 위반 여부

 

BIT 제3조 제1항에는 방해금지의무(non-impairment standard)가 규정되어 있다.3)


당사자들은 공정공평대우의무 위반 쟁점과 동일한 논거를 들어 슬로바키아의 행위가 방해금지의무를 위반했는지를 다투었다. 중재판정부는 기존 중재판정례들에 비추어 보았을 때 방해금지의무에 적용되는 기준이 공정공평대우의무에 적용되는 기준과 유사하고, 나아가 투자 향유의 ‘방해’라는 결과 발생의 요건도 요구한다고 보았다. 중재판정부는 이를 바탕으로 인허가 신청 처리와 관련된 슬로바키아 당국의 행위가 공정공평대우의무 위반과 같은 이유에서 방해금지의무 위반도 구성한다고 보았다. 


그러나 동시에 중재판정부는 공정공평대우의무 위반과 같은 이유에서 방해금지의무 위반의 결과 청구인에게 발생한 손해가 없다는 점을 들어 손해배상은 인정하지 않았다.


2) 보상의무를 동반하지 않는 국가 규제권 행사 여부

 

청구인의 투자협정 위반 주장에 대해, 슬로바키아는 헌법개정 행위가 보상의무를 동반하지 않는 국가 규제권의 행사에 해당하며, 이러한 정당한 국가 규제권의 존재는 국제관습법으로 인정된다고 주장하였다(소위 ‘police powers doctrine’).


다만 중재판정부는 헌법개정 행위가 애초에 투자협정 위반을 구성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만큼, 이러한 주장에 대해 따로 판단할 필요가 없다고 판시하였다. 


4. 평가 및 해설

가. 평가

 

국가의 입법행위가 문제된 투자중재 사건은 다수 있었으나, 본건은 국가의 헌법개정 행위의 합법성이 직접적으로 문제된 드문 사례에 해당한다. 특히 헌법개정의 주된 이유가 기후변화에 대비한 수자원의 예방적 보호라는 점에서 시사성도 높다고 할 것이다. 


본건은 투자협정이 국가의 주권적 행위를 어느 수준까지 잠재적으로 간섭할 여지가 있는지, 그리고 그것이 과연 바람직한 것인지에 관해 문제를 제기하는 판정례이다. 또한 비록 반대의견이기는 하나, 공식적으로 헌법개정 행위가 투자협정에 위반된다는 결정이 나왔다는 점은 주목할 만 하다.


나. 해설

 

이하에서는 본건 중재판정례에서 드러난 몇 가지 주요 쟁점들에 대해 간략히 살펴보도록 한다.


1) 적용 중재규칙에 따른 물적관할 판단 기준의 상이성

 

본건에서는 보호대상 ‘투자’의 존부(물적관할) 쟁점과 관련하여, ‘투자자가 투자유치국에서 한 관련 활동 일체(the whole activity of an investor in that state)’를 투자로 보아야 하는지에 관해 청구인과 슬로바키아의 입장이 대립하였다.4) 청구인은 이러한 소위 ‘종합적 접근법(holistic approach)’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입장인데에 반해, 슬로바키아는 이러한 입장이 ICSID 사건에만 적용되는 것이고, 본건과 같은 UNCITRAL 중재규칙에 의한 사건에서는 거의 적용된 바가 없다는 입장을 취하였다.


다만, 중재판정부는 이 쟁점에 대하여 특별한 검토를 하지 않고 BIT의 문언과 당사자들이 동의한 투자의 요건을 바탕으로 물적관할 성립 여부를 심사하였다.

 

이와 같이, 본건에서는 중재규칙 별로 상이한 물적관할 심사기준이 실질적인 의미를 가지지 못하였다. 그러나 투자의 존부와 관련하여 중재규칙에 따른 검토결과의 차이는 생각보다 빈발하는 쟁점으로서, 주의를 요하는 문제이다. ICSID 사건의 경우, 중재판정부의 관할권 행사를 위해서는 BIT상 규정된 투자의 요건 외에 ICSID 협약 제25조 제1항에 규정된 투자의 요건도 충족시켜야 한다. 이는 Salini v. Morocco 사건을 기점으로 축적된 ICSID 판정례를 통해 생성된 소위 ‘Salini test’의 요건인 상당한 자본의 투입(contribution), 위험의 부담(assumption of risk), 투자의 지속성(duration) 등을 충족시켜야 하는 독자적 기준으로 이해되고 있다.5) 즉, ICSID 사건의 청구인들은 보호대상 ‘투자’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이중의 심사를 거쳐야 하는데, 이는 소위 ‘이중요건심사(double-barrel test)’로 칭해지고 있다.6)


UNCITRAL 중재규칙 등 기타 중재규칙이 적용되는 사건들의 경우에는 ICSID 협약 고유의 요건인 Salini test가 적용될 근거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다수의 非ICSID 사건들은 Salini test의 적용을 거부하고, 적용 투자협정상 투자의 정의조항을 조약법의 해석원칙에 따라 해석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7)


적용 중재규칙은 청구인이 투자협정의 분쟁해결조항에 기재된 중재규칙 후보중에서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음이 원칙이다. 이는 결국 투자협정의 당사국들이 ICSID 협약의 회원국인지 여부 또는 청구인의 자의적인 선택에 따라 물적관할에 관한 심사기준이 달라지고, 청구 자체의 성패가 뒤바뀔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의미이다. 이는 일관성과 예측가능성이라는 측면에서 부정적인 요소라
고 평가할 수 있다.


이러한 문제를 최대한 방지하기 위해서는 ‘투자’ 개념의 정의를 투자협정에서 최대한 상세하게 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실제로 최근 투자협정들은 ‘투자’의 정의를 보다 구체적으로 규정하는 추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한-미 FTA를 기점으로 미국 모델 BIT의 영향을 받아 ‘투자’의 정의를 “자본 또는 그밖의 자원의 약속, 이득 또는 이윤에 대한 기대, 또는 위험의 감수와 같은 특징을 가진 것”과 같이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다.8)

2) 국가의 재량 범위 이론


본건 중재판정에서 다수의견은 헌법개정 자체가 공정공평대우의무를 위반했는지 여부를 심사함에 있어, 투자중재 판정부들이 국가행위의 공공목적성과 공공목적 정책의 이행방식 등의 판단에 있어 국가의 재량권을 존중(deference)해야한다는 입장을 밝히며, 이에 따라 완화된 심사를 진행하였다.9) 이와 달리 반대의견은 이러한 접근방식에 비판적인 입장을 전제로 하여 헌법개정 자체가 공정공평대우의무의 위반이었다고 판단하였다.10)


다수의견의 입장은 비록 명시적인 것은 아니지만, 공정공평대우의무의 일부 심사기준에 대해서 소위 ‘국가의 재량범위 이론(Margin of Appreciation doctrine: 이하 “MoA”)’을 적용한 것으로 이해된다. MoA는 정책적 판단영역과 밀접한 연관성을 지닌 쟁점에 대해서는 국가의 폭넓은 재량을 인정하고 존중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문제된 국가 행위의 적법성이 추정되며, 국제재판소나 중재판정부가 이에 대해 세부적인 심사를 하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는 이론이다. 이하에서는 MoA에 대한 소개와 금번 사건에의 적용에 관하여 간단히 살펴본다.


국제법상 논란의 여지가 있는 개념인 MoA는 일반적으로 프랑스나 독일과 같은 대륙법계 국가의 행정법에서 기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11) MoA가 최초로 국제무대에 등장한 것은 1925년의 고전 중재판정례인 Spanish Zone of Morocco사건으로, 단독중재인이었던 Max Huber는 스페인의 군사작전들이 적법한 군사적 필요성에 의해 이루어진 것인지에 관한 판단에 MoA 개념을 도입한 바 있다.12)


이후 MoA는 중재판정이나 상설국제사법재판소(PCIJ)의 판례들, 국제사법재판소의 권고적 의견 등에서 간혹 등장하였고, 일부 사건에서는 재판가능성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또 다른 사건에서는 실체법적 판단 기준을 면제하거나 완화하는 요소로 작용하였던바, 일관된 개념이 정립되지는 못한 것으로 관찰된다.13)


다만, 현대에 들어서 유럽인권위원회와 유럽인권재판소는 유럽인권협약 회원국들의 협약상 의무에 대한 국내적 이행조치의 적법성에 대한 사법 자제(judicial restraint)의 일환으로 MoA 개념을 꾸준히 활용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14)


투자중재에서도 MoA 개념을 적용한 판정례들이 일부 존재한다. 예컨대, Micula v. Romania 사건에서는 국적의 취득과 관련하여 국적부여국의 MoA가 인정되었고,15) Continental Casualty v. Argentina 사건에서는 안보예외조항의 해석과 관련하여 안보예외상황 발생에 대해 투자유치국의 폭넓은 MoA가 인정되었으며,16) Frontier v. Czech Republic 사건에서는 외국 중재판정의 승인과 집행에 관한 뉴욕협약 회원국들이 동협약 제5조 제2항 b호에 따라 외국 중재판정의 승인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국제공서양속(international public policy)’의 해석에 관해 MoA를 인정한 바 있다.17) 그러나 전체 투자중재 판정례의 숫자에 비추어보면 이러한 판정례의 숫자는 상당히 적은 편에 속하며, 오히려 다수의 투자중재 판정례들은 MoA가 국제법의 확립된 원칙이 아니며, 적용될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그 적용을 부정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이해된다.18)


투자분쟁에서는 투자협정과 적용가능한(applicable) 국제법의 원칙, 기타투자협정상 명시적으로 인정된 국내법 등만이 준거법으로 적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MoA와 같은 개념이 국제법의 법원(法源)이나 규정된 준거법 중 구체적으로 어떤 분류에 속하는지가 명확히 규명되지 않는다면 그 적용이 부정되어야 함은 당연하다. 이는 특히 외국인 투자자에 대해서 협정상 실체적 보호와 투자중재라는 특수한 분쟁해결절차를 허용하는 투자분쟁의 성격상 더욱 중요한 점이라고 할 것이다. 


실제로 MoA를 인정한 여러 국제재판/중재판정 선례들에서 MoA의 법원성에 대해 만족스러운 규명에 성공을 한 바는 없다. 본건 중재판정의 다수의견도 마찬가지로, MoA가 적용된 공정공평대우의무의 일부 요건에 대해 “투자중재 판정부들을 국가의 재량을 존중해야 한다([i]nvestment treaty arbitration tribunals owe deference to States)”는 입장을 밝혔을 뿐, 투자중재 판정부들의 국가 재량 존중의무가 어디서 기원한 법리인지에 대한 설명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19) 이는 Volterra 중재인도 반대의견에서 직간접적으로 비판하고 있는 부분으로, 다수의견의 이론적 흠결이라고 볼 수 있다. 다만, 다수의견이 MoA의 개념을 원용하면서도, 결국 적용되는 법적 기준에 따른 심사를 비교적 충실이 이행한 끝에 헌법개정이 공정공평대우의무 위반이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한 것을 볼때,20) MoA 개념의 기원이나 법원에 대한 규명을 하지 않은 것이 결과에 중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는 힘든 측면이 존재한다. 


한편, 적어도 본건의 맥락에서는 MoA의 적용을 문제 삼기가 쉽지 않은 부분도 존재한다. 단순한 국가의 처분행위나 입법행위가 문제된 것이 아니라, 엄격한 절차를 거친 헌법개정이 문제된 경우이기 때문이다. 헌법개정은 단순한 국가행위가 아니라 국가의 최고 규범을 변경하겠다는 주권자인 국민의 궁극적 결단이라고 볼 수 있다. 아무리 투자협정이 국가의 국제법적 의무를 표상하는 규범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고도의 특수성을 지닌 주권행사 행위에 대해 외국인이 투자자라는 이유만으로 국제법 위반을 확인하고, 손해배상을 인정하는 것은 중재인들의 입장에서도 상당한 부담이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살펴보았을 때, 중재판정부가 국가의 헌법개정이 가지는 특수성에 보다 주목하여 공정공평대우의무 심사를 진행할 필요성도 있었을 것으로 평가된다. /끝/
 

 

작성자: 법무법인(유) 광장, 우한얼 변호사, 권영호 변호사, 정기창 외국변호사


1) 1994 폴란드-슬로바키아 BIT, 제1조 제2항 b호. (“For the purposes of this Agreement … the term “investment means any kind of asset invested by an investor of one Contracting Party, provided that they have been made in accordance with the laws and regulations of the other Contracting Party, and shall include in particular, though not exclusively … shares, stocks and debentures of companies…”) 

2) 1994 폴란드-슬로바키아 BIT, 제1조 제2항 b호. (“Each Contracting Party shall ensure fair and equitable treatment within its territory of the investments of the investors of the other Contracting Party.”) 

3) 1994 폴란드-슬로바키아 BIT, 제1조 제2항 b호. (“Each Contracting Party shall protect within its territory investments made in accordance with its laws and regulations by investors of the other Contracting Party and shall not impair by unreasonable or discriminatory measures…”)  

4) Spoldzielnia Pracy “Muszynianka” v. The Slovak Republic (PCA Case No. 2017-08), Award (2020), paras. 268-269, 276-279.

5) C. SCHREUER ET AL., THE ICSID CONVENTION: A COMMENTARY (2ND ED), Cambridge University Press (2011), pp. 153-174; Salini Cstruttori SpA and Italstrade SpA v. Kingdom of Morocco (ICSID Case No. ARB/00/4), Decision on Jurisdiction(2002). Salini test의 요건에 ‘투자유치국 경제발전에 대한 기여(contribution to the host State’s economic development)’라는 요건이 포함되는지 여부에 관한 상당한 이견이 존재했으나, 최근에는 이러한 요건이 Salini test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이해하는 것이 주류 견해이다.  
6) K. YANNACA-SMALL ED., ARBITRATION UNDER INTERNATIONAL INVESTMENT AGREEMENTS: A GUIDE TO THE KEY ISSUES (2ND ED), Oxford University Press (2018), p. 271; Malaysian Historical Salvors, SDN, and BHD v. Malaysia (ICSID Case No. ARB/05/10), Award on Jurisdiction (2007), para. 55.  
7) K. YANNACA-SMALL ED., ARBITRATION UNDER INTERNATIONAL INVESTMENT AGREEMENTS: A GUIDE TO THE KEY ISSUES (2ND ED), Oxford University Press (2018), p. 272. 단, 非ICSID 중재판정부들도 상’당한 자본의 투입’이나 ‘위험의 부담’과 같은 투자에 전형적으로 수반되는 특징들은 ‘투자’라는 표현자체에 내재된 것으로 이해하여 조약법에 따른 해석론을 적용할 때에도 포함시키는 경우가 적지 않다. 
8) 예컨대, 한-미 FTA 제28조. 이와 같은 투자의 정의는 2004년 미국 모델 BIT로부터 시작된 정의조항을 추종한 것이다. C. BROWN ED.,COMMENTARIES ON SELECTED MODEL INVESTMENT TREATIES, Oxford University Press (2013), pp. 766-767; K. VANDEVELDE, U.S. INTERNATIONAL INVESTMENT AGREEMENTS, Oxford University Press (2009), pp. 121-122 참조. 

9) Spoldzielnia Pracy “Muszynianka” v. The Slovak Republic (PCA Case No. 2017-08), Award (2020), paras. 546, 558, 571.
10) Spoldzielnia Pracy “Muszynianka” v. The Slovak Republic (PCA Case No. 2017-08), Partial Dissenting Opinion of Professor Robert. G. Volterra (2020), paras. 25-93. 
11) Y. Shany, “Toward a General Margin of Appreciation Doctrine in International Law?”, 16 EUR. J. INT’L L.907 (2006), p. 909.
12) British Claims in the Spanish Zone of Morocco (Great Britain v. Spain), 2 RIAA 617, 629 (1925).
13) G. Born et al., “’A Margin of Appreciation’: Appreciating Its Irrelevance in International Law”, 61(1) HJIL 65 (2020), pp. 68-74.

14) G. Born et al., “’A Margin of Appreciation’: Appreciating Its Irrelevance in International Law”, 61(1) HJIL 65 (2020), pp. 77-91. 
15) Ioan Micula, Viorel Micula, S.C. European Food S.A., S.C. Starmill S.R.L. and S.C. Multipack S.R.L. v. Romania (ICSID Case No. ARB/05/20), Decision on Jurisdiction and Admissibility (2008), paras. 91-94. 
16) Continental Casualty Company v. The Argentine Republic (ICSID Case No. ARB/03/9), Award (2008), paras. 181.
17) Frontier Petroleum Services Ltd. v. The Czech Republic (PCA Case No. 2008-09), Final Award (2010), para. 529.
18) G. Born et al., “’A Margin of Appreciation’: Appreciating Its Irrelevance in International Law”, 61(1) HJIL 65 (2020), pp. 104-106..
19) Spoldzielnia Pracy “Muszynianka” v. The Slovak Republic (PCA Case No. 2017-08), Award (2020), paras. 546, 558, 571.

20) Spoldzielnia Pracy “Muszynianka” v. The Slovak Republic (PCA Case No. 2017-08), Award (2020), paras. 547-556, 560-565, 566-5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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