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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Monetary Gold 사건(Italy v. UK, US, 1954. 6. 15. 판결) 본문

9. Monetary Gold 사건(Italy v. UK, US, 1954. 6. 15. 판결)

국제분쟁 판례해설/국제사법재판소(ICJ) 판례 2019. 10. 16.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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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사건 개요 및 배경

 

    이 사건은 나치가 탈취한 통화용 금괴를 이태리로 반환할 지 여부에 대해 ICJ에 재판이 청구되었으나 핵심 당사국인 알바니아가 재판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관할권이 부인된 사건이다.

 

2차 세계대전 중 독일군은 침략당한 유럽 국가들의 중앙은행이나 정부가 통화 준비금으로 보관하고 있던 다량의 금괴를 탈취하여 독일로 가져와 보관하거나 제 3의 장소에 은닉하였다. 1943년 9월 17일 독일군은 이태리 로마의 주요 은행에서 2,338kg의 금괴를 약탈하였다. 대부분 금본위 제도를 운영하고 있던 유럽 국가에게 이는 단순한 귀중 자산의 손실이 아니라 자국 통화의 신뢰도가 추락하고 결과적으로 국가 경제 자체를 제대로 운영할 수 없는 절대절명의 문제였다.

 

유럽 각국이 자국 통화용 금괴 확보를 위해 독자적으로 행동할 경우 금괴 색출 작업의 혼란은 물론 발견한 금괴를 둘러싸고 새로운 분쟁이 발생할 수 있는 문제였다. 이에 통화용 금괴를 탈취당한 유럽 각국은 1946년 1월 14일 파리에서 통화용 금괴 환수를 위한 조약을 체결하였다. 이 조약에 따라 나치 독일로부터 환수한 통화용 금괴는 영국, 미국, 프랑스가 총괄하여 관리하고 피탈취 국가에게 일정 비율대로 배분하기로 하였다. 이를 위해 위 3국이 참가하는 통화용 금괴 환수 배분을 위한 3국 위원회를 1946년 9월 브뤼셀에 설치하기로 하였다.

 

1943년 9월 로마에서 약탈당한 금괴에 대해 이태리와 알바니아가 서로 자신의 금괴라고 주장하였다. 알바니아는 1921년 이태리 은행과의 협력 하에 중앙은행을 설립하고 금본위 통화를 발행하였다. 중앙은행은 알바니아에 소재하였으나 통화의 본위가 되는 금괴는 이태리 은행과의 협의에 따라 이태리에 보관 중인 금괴로 하기로 하였다. 즉 알바니아의 통화용 금괴가 이태리에 보관된 셈이었고 1943년 9월 약탈 당한 금괴가 바로 이 통화용 금괴라는 것이 알바니아의 주장이었다.

 

이태리는 동의하지 않았다. 1943년 1월 13일 알바니아 공산 정부가 구 중앙은행법을 폐지하고 새로운 중앙은행을 수립하는 법을 제정한 것을 근거로 구 중앙은행과의 협의에 따른 이태리 내 알바니아의 통화용 금괴에 대해 이태리도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다고 나선 것이다.

 

한편 영국은 1946년 10월 22일 알바니아 영해 내에 설치된 기뢰로 인해 자국 군함 2척이 대파되고 40여명의 군인이 사망한 코르푸 해협 사건에 대해 ICJ에 제소하였고 1949년 12월 15일 알바니아로부터 84만 파운드의 보상금을 수령하라는 승소 판결을 받았으나 알바니아는 보상금을 지불하지 않고 있었다. 영국은 만일 이 금괴가 알바니아 소유라면 코르푸 사건 보상금으로 자신이 영취하겠다고 주장하였다. 나치 금괴 환수 및 배분 업무를 맡게된 미국, 영국, 프랑스는 수 년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게 되자 1951년 4월 25일 워싱턴에서 선언을 채택하여 이 문제를 중재에 회부하기로 결정하였다.

 

워싱턴 선언은 몇 가지 조건을 포함하고 있었다. 만일 중재 심리 결과 해당 금괴가 알바니아 소유라고 판정될 경우 90일 이내에 아래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영국에게 반환한다는 것이었다. 첫째 알바니아가 ICJ에 영국으로 반환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제소하지 않거나 둘째 이태리가 1943년 1월 13일 알바니아의 중앙은행 폐쇄 조치의 결과로서 자신도 해당 금괴에 대한 권리를 주장할 수 있으며 따라서 이 금괴는 이태리에 반환되어야 한다고 결정해 줄 것과 그리 결정된다면 영국과 이태리 중 어느 나라가 우선권이 있는지 결정하여 줄 것을 ICJ에 제소하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알바니아는 ICJ에 제소하지 않았으나 이태리는 1953년 5월 19일 해당 금괴가 이태리에 반환되어야 하며 이태리의 반환권은 영국의 코르푸 해협 사건 보상금 수령권에 우선한다는 판결을 구하는 재판을 ICJ에 신청하였다. 그런데 이태리는 1953년 10월 30일 자신이 신청한 재판의 관할권을 ICJ가 보유하고 있는지 먼저 결정하여 줄 것을 요청하는 선결적 항변을 추가로 제출하였다.

 

 

나. 주요 쟁점 및 판결

 

1) 선결적 항변으로 인한 원 재판 청구 무효 여부

    영국은 이태리의 관할권 존부 청구는 1951년 5월 19일자의 본안 심리 청구가 i) 1951년 4월 워싱턴 선언의 조건과 의도와 부합하지 않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거나, ii) 본안 심리 청구를 사실상 철회 또는 취소한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따라서 이태리는 워싱턴 선언에서 정한대로 ICJ에 제소하지 않은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즉 해당 금괴는 자신에게 반환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기제출된 재판 신청의 유효성, 철회, 취소 요청을 심리할 관할권은 자신에게 있으며 기제출된 재판 신청의 효력 여부에 대한 판단은 자신의 사법적 임무라고 보았다. 재판부는 재판을 신청한 국가가 재판부의 관할권을 시비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기는 하나 이 사건의 성질상 이해할 수 있다고 언급하였다. 영, 불, 미 3국은 워싱턴 선언을 통해 이 사건을 ICJ에 회부할 것과 자신들은 피고로서 ICJ의 관할권을 수용한다는 공동의 제안을 한 것이고 이를 이태리가 수용함으로써 재판 관할권은 성립한 것이나 이태리로서는 이 사건의 본안이 ICJ가 심리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인지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상대방이 제안한 재판을 수용하는 것과 해당 재판부가 이를 심리할 정당한 관할권이 있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별개의 것이라는 입장이다.

 

영국은 i) 주장의 논거로 워싱턴 선언의 조건 중의 하나는 이태리가 ICJ의 관할권을 무조건 수용하는 것이나 선결적 항변을 제기하는 것은 이에 대한 위반에 해당한다고 주장하였다. 워싱턴 선언상 이태리는 특정 문제를 판결하여 줄 것을 요청할 수 있을 뿐이나 선결적 항변을 통해 해당 판결 자체를 하지 말아 줄 것을 요청하고 있는 것 역시 워싱턴 선언에 부합되지 않는다고 지적하였다. 영국은 워싱턴 선언상 이태리는 실질 사안에 대해 제소할 수 있을 뿐인데 절차적인 사안을 제기하고 있다는 점을 제시하고 이태리의 선결적 항변을 기각하여 줄 것을 청구하였다.

 

재판부는 이태리가 관할권을 수용하는 것과 관할권과 관련된 법적인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로서 이태리가 선결적 항변을 제기하는 것이 워싱턴 선언에서 상정한 것보다 ICJ 관할권을 완전하지 않거나 적극적이지 않게 수용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이태리는 선결적 항변을 제기한 후에도 제기하기 전과 마찬가지로 ICJ의 관할권 아래 자신을 존치시킬 수 있으며 본안 심리 전에 관할권 존부를 확인하여 줄 것을 요청하는 것이 이 사건을 판결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라고 확인하고 영국의 i) 주장을 수용하지 않았다.

 

선결적 항변은 원 재판 신청을 철회하거나 취소한 것에 해당한다는 영국의 ii) 주장에 대해 재판부는 재판소 절차 규칙상 재판 신청의 철회는 그 뜻을 명기한 문서상의 요청에 의해 가능할 뿐 선결적 항변이 이 요청을 대신한다고 볼 수 없으며 ICJ 재판 청구는 접수 시 무효하다고 판정되지 않으면 계속 유효한 것이고 선결적 항변을 제기했다고 하여 무효화되지 않는다고 일축하였다(판결문 29~30 page).

 

2) 알바니아의 ICJ 심리 동의 필요성 여부

 

    이태리의 선결적 항변 청구 요지 중 첫 번째 쟁점은 문제된 금괴를 이태리로 반환해야 할 지 여부를 심리할 관할권이 ICJ에게 있는지였다. 재판부는 영, 불, 미 3국이 워싱턴 선언을 채택하고 이태리가 선언 내용대로 ICJ에 재판을 청구하였으므로 ICJ 헌장 36(1)조대로 당사국간 동의에 의해 관할권이 성립한 것은 의문의 여지가 없으나 이러한 관할권이 자신이 수행해야 할 과제와 병립 가능한지를 살펴야 한다고 보았다. 재판부는 이 사건에 대해 알바니아의 동의가 없는 것을 지적한 것이다. 영국은 재판부가 결정해야 할 것은 해당 금괴가 반환되어야 할 국가가 이태리인지 영국인지를 결정하는 것이므로 ICJ 재판 회부에 대한 알바니아의 동의는 필요하지 않다고 주장하였다.

 

재판부는 영국의 주장은 사안을 지나치게 단순화한 것으로서 재판부에 요청된 과제는 단순히 반환국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반환에 관련된 법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태리가 선결적 항변 청구를 통해 재판에 요청한 사항은 1946년 1월 14일 파리 조약에 의거하여 알바니아에 귀속될 수도 있는 문제의 금괴를 알바니아의 1945년 1월 13일 법령으로 인해 발생한 이태리의 손실을 보상하기 위해 이태리로 반환해야 하는지의 문제였고 워싱턴 선언 역시 이태리의 ICJ 제소 목적이 문제의 금괴를 알바니아의 1943년 1월 13일 법령으로 인해 이태리가 갖게 된 권리 등에 기초하여 알바니아가 아니라 이태리로 반환해야 하는지를 결정하기 위한 것이라고 적시하고 있음을 재판부는 환기하였다.

 

즉 첫 번째 쟁점의 핵심은 알바니아의 불법 행위에 대한 이태리의 보상 청구라고 보았다. 이태리는 알바니아가 이태리에 대해 저지른 불법 행위에 대해 구제를 청구할 권리가 있다는 것이고 따라서 이태리가 문제의 금괴를 수령할 자격이 있는지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우선 알바니아가 이태리에 대해 불법 행위를 범했는지, 그에 대한 보상 의무가 있는지, 보상 규모는 어떠해야 하는지를 먼저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재판부는 판단하였다. 재판부는 이러한 문제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알바니아의 1945년 1월 13일 법령이 국제법에 위반되는지를 심리해야 하고 이는 오직 이태리와 알바니아가 당사국인 양국간의 분쟁이라고 개념을 규정하였다. 재판부는 이 양국간의 분쟁을 심리하기 위해서는 당사국의 동의가 필수적이나 알바니아는 명시적이건 묵시적이건 아무런 동의를 밝힌 바 없다는 것은 다툼이 없는 사실이라고 확인하였다. 따라서 재판부는 알바니아의 동의 없이 알바니아의 국제법 위반 여부를 심리하는 것은 확고하게 수립된 국제법의 원칙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라고 지적하였다.

 

3) ICJ 헌장 62조 등 원용 가능 여부

 

    ICJ 판결에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법적인 이해관계를 가진 국가는 재판 참여를 요청할 수 있다고 규정한 ICJ 헌장 62(1)조에 근거하여 이해관계가 있는 제 3국에게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였으므로 해당 국가가 이 권리를 행사하지 않더라도 재판을 진행할 수 있는 것이라는 반론이 제기되기도 하였다. 재판부는 이 사건에 있어서 알바니아의 이해관계는 판결에 의해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정도가 아니라 판결의 핵심 사안이므로 이 조항을 알바니아가 참여하지 않더라도 관련 심리를 진행할 수 있다고 해석할 수는 없다고 판단하였다.

 

ICJ 헌장 59조상 이 사건 판결은 알바니아가 아니라 영, 불, 미, 이 당사국만 구속하는 것이므로 알바니아의 참석 없이 진행할 수 있다는 반론도 있었으나 재판부는 이 조항은 최소한 재판부가 구속력 있는 판결을 내릴 수 있는 상황을 전제로 하는 것인데 제 3국의 국제적 책임 여부가 결정해야 할 핵심 사항인 이 사건에 있어서는 해당 제 3국의 동의 없이 재판부는 제 3국이든 재판 당사국이든 어느 나라도 구속할 수 있는 판결 자체를 내릴 수 없다고 논시하였다.

 

재판부는 비록 이태리와 영국, 프랑스, 미국이 (워싱턴 선언을 통해) ICJ에 이 사건을 심리할 관할권을 부여하였지만 위와 같은 이유로 재판부는 그 관할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31~33 page).

 

4) 이태리 권리의 영국에 대한 우선권 여부

 

    판결의 두 번째 쟁점은 이 사건 금괴를 수령할 수 있는 이태리의 권리가 코르푸 해협 사건의 보상금으로서 수령하겠다는 영국의 주장보다 우선하는지 여부였다. 이 쟁점은 첫 번째 쟁점과 달리 이태리와 영국만이 관련된 문제처럼 보이고 두 나라는 모두 ICJ의 관할권을 수용하였다. 재판부는 그러나 이 우선권 문제는 워싱턴 선언의 문안상 문제의 금괴를 (알바니아가 아니라) 이태리에 반환하라는 결정이 내려질 경우에 한해 판결해야 하는 문제라고 이해하였다. 두 번째 쟁점이 첫 번째 쟁점에 종속되어 있는 점은 이태리와 영국의 재판 청구서, 서면 입장서 및 구두 변론에서도 확인된다고 언급하였다.

 

이태리의 선결적 항변 요청서(1953년 10월 30일)에 우선권 문제는 재판부가 첫 번재 쟁점에 대해 판결을 한 이후에 심리해야 할 것이라고 적시하고 있고 영국의 입장서에도 이와 같은 취지가 기록되어 있으며 양국 모두 구두 변론에서 이 입장을 다시 확인했다는 것이다. 이태리는 첫 번째 이슈에 대한 판결이 있었다고 가정하고 재판부가 우선권 문제를 심리하는 것을 반대하지 않겠다고 언급하기는 하였으나 재판부는 가정에 기초한 심리 요청은 정식의 요청이라고 볼 수 없으며 (이 재판 관할권의 근거가 되는) 워싱턴 선언에 근거하지 않은 새로운 제안에 해당하고 당사국들이 이러한 제안에 동의한 바 없으므로 재판부가 이 제안에 입각하여 행동할 수 없는 것은 명백하다고 설시하였다. 따라서 재판부는 첫 번째 이슈를 심리하지 못한 만큼 두 번째 쟁점을 심리를 삼가할 수밖에 없다고 결정하였다(33~34 page).

 

 


1) Reparation from Germany, Establishment of inter-Allied Reparation Agency, and Restitution of Monetary Gold

알바니아, 미국, 오스트리아, 벨기에, 카나다, 덴마크, 이집트, 프랑스, 영국, 룩셈부르크, 노르웨이, 뉴질랜드, 네덜란드, 체코슬로바키아, 남아공, 유고, 이태리(1947년에 추가 가입)

 

2) Tripartite Commission for the Restitution of Monetary Gold. 이 위원회는 1998년 9월 해산될 때까지 나치가 탈취한 금괴 색출 및 배분 업무를 진행하여 금괴를 탈취당했다고 입증한 국가에게 피해액의 약 65%를 배분하였다.

 

3) 1. The jurisdiction of the Court comprises all cases which the parties refer to it and all matters specially provided for in the Charter of the United Nations or in treaties and conventions in force.

 

4) 1. Should a state consider that it has an interest of a legal nature which may be affected by the decision in the case, it may submit a request to the Court to be permitted to intervene.

 

5) 59. The decision of the Court has no binding force except between the parties and in respect of that particular ca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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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글은 산업통상자원부 김승호 신통상질서전략실장이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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